시사/극히 개인적인 생각

인형뽑기와 기본소득

감기군만쉐 2017. 3. 8. 00:40



요즘 들어서 가게가 있던 자리에 이런 식으로 인형뽑기만 주욱 늘어서 있는 곳이 많아졌다고 생각하게 된 지도 꽤 되었다. 예전 같은 경우 그냥 가게 앞에 기계 하나 놓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실내에 기계만을 놔두는 방식이 마치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저런 식으로 차릴 경우 인건비는 하나도 들지 않고 임대세와 기계를 들여놓는 값과 유지비만 있으면 되니 사람들만 꾸준히 들어오면 모든 게 해결된다. 

인형뽑기방의 문제만이 아니다. 많은 가게들이 점점 더 계산대의 전산화를 선호하면서 그만큼의 인력이 필요없게 되었다. 1차산업, 2차산업에 대한 인력 수요 감소 및 기피에 이어서 3차산업에서도 인력의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현대인들이 보루로 생각하고 있는 게 3차산업인데 말이다.(IT기반 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작년에 금융업계에서 대대적인 파업을 벌였지만 별 소득이 없이 물러난 일이 있었다. 이유는 그들이 없어도 딱히 은행 쪽이 안 돌아가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은행 쪽도 이런 전산화에 앞장서는 업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희망퇴직을 받고 있어도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는거고... 

인력의 수요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사람들의 수입원은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기본소득이다. 하지만 이걸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해지는 건 그냥 나의 개인적인 느낌에 불과한 걸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고 쳐보자. 그럼 수입을 버는 사람들의 비율은 줄어들 것이고 여기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기본소득을 통해서 딱히 일을 하지 못해도 소비는 할 수 있도록 해줄 경우 이것을 일종의 수혜로 생각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수혜 같은 게 아니라 복지와 같은 당연한 권리를 넘어서 당연히 버는 소득으로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과 같은 구도가 잡힐 경우 그게 말처럼 쉬울까? 지금도 그렇지만 돈이 많은 사람들의 입김은 자본주의의 개념이 생기기 전부터 상당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런데 소수의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의 소득을 책임질 수 있는 세금을 내게 된다면 가부장적 사회에서 돈을 벌어오는 아버지와 같은 위치에 서게 되는 것 아닌가. 그런 가정에서 아버지의 명령은 절대적이다시피 하다. 이게 국가제도에 영향을 미친다면? 안 그래도 지금도 이재용 구속수사하는 게 천지가 뒤집어질 일이고 그 외의기업가들은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으며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 주장보다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같은 지랄 쌈싸먹는 주장이 힘을 얻는데 말이다. 물론 이게 민주주의의 틀이 확고한 나라에서 이뤄진다면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에서 과연 살릴 수 있을 만한 힘이 있을까? 물론 누군가는 촛불시위를 예를 들며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는가를 역설할 것이다. 하지만 JTBC가 촛불시위에 기름을 퍼붓기 전까지 이렇게 대대적으로 나서려고 한 적이 있었던가? OECD 최장의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노동환경은 조금이라도 나아졌던가? 하다못해 노조 조직률이라도 올라갔던가?(어용노조는 많아졌을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라도 들고오는 사람이 있으려나... 하고 글을 쓰려고 했는데 우원식 의원이 양향자를 비판하자 그걸 또 문재인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난리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물뚝 옹의 저서 <어쩌다 한국은>에서 이대로 가다간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 최상위 소득계층을 제외한 사람들에겐 유지할 수 있는만큼의 돈만 돌아가고 최상위층은 자신들만의 천국을 만들 수 있다며 이걸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했지만 내가 보기엔 유지할 수 있는만큼의 돈이 기본소득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예전에 기본소득의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 건지 감이 잡히질 않아서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이후(기본소득...) 계속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다가 이에 불을 지피게 된 것이 이런 생각이었다. 기본소득 받아서 할 수 있는 게 인형뽑기 외에 없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최근 생각으론 억압받을 수 있는 게 제도뿐만이 아니다. 언론과 문화의 자유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돈을 쥐고 있는 게 최상위계층이라면 이로부터 돈을 받아야 하는 언론과 문화는 지금처럼 블랙리스트가 나오는 시국보다도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공정한 언론보다는 돈 받아서 광고기사 써주는 노답언론들보다 훨씬 심각하게 편향된 언론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 또한 자본의 입맛에 거슬리는 작품을 내기 더 어려워진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의하면 기본소득을 받아서 일을 하는 시간이 적어지는 만큼 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내세운다. 하지만 창의적인 것을 할 자리가 사라진다면 돈이 있다 한들 가능할까...(아무리 생각해도 CJ는 돈이 많은 곳이다.)

물론 지금까지 쓴 이야기들은 모두 드문드문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접했던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정말 잘 아는 사람이 보면 반박당할 수 있다. 하지만 반박을 당한다 한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의견이 나올지는 또 의문이다. 녹색당 당원이었을 당시 기본소득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당원이므로 총선 같은 중요한 때에 거대담론에 함부로 딴죽을 거는 건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녹색당의 기본소득안 홍보에 열을 올렸던 것에 대한 반동인지도 모르겠다.(반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여부는 제쳐두고)




지금까지가 구글 블로그가 날아가기 직전에 인형뽑기방 사진과 함께 올렸던 글이다. 전에 말했던대로 구글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완전복원할 수없는 한 그건 복구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그냥 여기에 썼다. 이 외에도 날아가기 직전에 올렸고 날아간 후 살펴보니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글이 몇 개 있었지만 많이 생각나지는 않는다. 더 이상한 건 한참 전에 썼는데도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글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글의 경우 내가 썼던 걸 기억해서 살려낸 것이 있지만 천 여개나 되는 글을 일일이 기억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결국 '이 날짜에 어떤 글들이 있었어야 되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해도 볼 수가 없네...'하고 넘길 수 밖에 없는 글이 많았다. 왜 이렇게까지 내 생각을 지워야 되는 건지 납득이 가지 않지만 결국 혼자 자폭해서 규정을 어긴 결과이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차라리 누가 죽어버리라고 공격하면 속전속결로 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도 나의 글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의 글에는 일절 반응하지 말라고 법으로 정하기라도 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