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극히 개인적인 생각

역선택 껍데기

감기군만쉐 2017. 3. 14. 16:53

더불어민주당 경선과 관련해서 또다시 "역선택"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대충 뜻을 풀어보면 어떤 당에서 경선을 할 경우 딱히 그 당을 지지하지도 않거나 아예 다른 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선거에 참여해선 자기 맘에 드는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그 후보를 이길 것으로 추정되는 후보를 피해서 지지하는 것을 말한다. 말만 놓고 보면 개방형 선거를 채택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그런 스파이(?)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이번 대선에서 자유당이나 바른정당이 대권을 잡을 확률은 탄핵국면 전에도 높지 않았고 탄핵 뒤엔 더욱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깽판을 놓고 싶어서 안달이 난 친박 세력이나 민주당을 싫어하는 보수적 시민들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을 거란 생각도 가능하다. 

내가 생각하기엔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분법적 사고에 휘말려서 반공에 찬성하지 않으면 모두 종북좌빨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놓고 있는 분들과 딱히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 당이 싫어서 당의 선거에 훼방을 놓으려고 시민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니 무슨 백색음모론도 아니고... 거기다가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거라면 당에서 개방형 선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 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마땅히 들어야 할 "국민의 명령"이고 그렇지 않은 시민들의 목소리는 종박극우의 목소리므로 듣지 않아야 되는 걸까? 참 대단한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정당이다. 애시당초 그런 시민들은 어떻게 가려내는 걸까? 이런 역선택 이론이 맞다면 그 당을 지지하지 않는데도 당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뛰어든 사람들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그 당을 지지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럼 그걸로 끝이다. 그냥 순환논리에 빠질 뿐이고 아무런 실효성도 없는 생각이다.


https://brunch.co.kr/@murutukus/79

물뚝 옹의 글 중 이 부분이 탐탁치 않게 여겨졌던 게 그럼 후보 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엔 역선택을 우려해도 된다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_-a 내가 너무 민주주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건지...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정당민주주의조차도 일부 정치가들과 열혈 참여자들(열혈이라는 단어를 붙여야 한다는 게 서글프지만)에 의해 움직일 뿐인 한국 시민들의 정치참여이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무려 백오십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경선 참여를 신청했다고 하지만 이건 일시적인 바람일 확률이 높다. 지난번 더불어민주당의 인터넷 정당가입 개시 후 십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일제히 가입했지만 결국 실효적인 숫자는 그것의 삼 분의 일에 불과했던 것처럼... 그리고 이 사람들 중 상당수는 결국 정당 안 쪽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안 쪽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참여하는 수는 크지 않은 것 같고... =_=;(투표율이 30%가 안 되어도 유효하다니 정의당 녹색당이 50%를 유효투표율로 잡길래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 -_-;)

반대로 정치가들도 딱히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청소년 당원 문제만 해도 제대로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 것은 원외정당인 녹색당뿐 다른 정당들은 법에 어긋난다며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이 문제가 된다면 고쳐야 될 텐데 현실은 




앞서 말한 더불어민주당의 인터넷 정당가입의 경우 제대로 관리했으면 삼 분의 일 밖에 남지 않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예 부정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장난으로 가입한 것도 아닐 거고 자신들이 정당의 구성원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제시를 해주는 등의 활동을 꾸준히 했다면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정당의 노력보다는 개인의 노력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고 정당의 노력은 일반인들이 참가하기 힘든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정당 참여를 막는 벽들을 해결해서 실질적인 당원에 의한 정당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면 역선택이란 말을 하는 사람이 바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딱히 그런 흐름은 보이지 않고 음모론이 난무하거나 다른 후보가 잘못했다는 뚱딴지 같은 의견만 보이니 내가 너무 좁은 곳만 바라보는 걸까...


역선택 이야기를 이번에 다시 접하면서 탄핵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탄핵에 집중하라는 말이 반복해서 나왔던 일이 생각났다. 물론 이 국면은 국회에서 결정되는 국면이 아닌 헌재에서 친박 변호사들이 깽판을 부렸던 2월 국면이다. 난 이 말에 대해서 계속 의문을 가졌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다소 악의를 가지고 말하긴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헌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역은 이렇다 할 것이 없었고 영향을 끼치는 것부터가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행위이다.(물론 박근혜는 그런 거 신경쓰지 않는 대범함(?)을 보였지만) 경선 국면에 들어서 토론회 일정이 문제가 되자 아이엠피터 님도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선보이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고... 지금 국면을 개선하는 입법 활동을 펼쳐라, 대선 과정이 지금까지는 겪어보지 못한 속도로 전개될 예정이니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오히려 외면받았고 탄핵에 집중하라는 애매모호하고 알 듯 말 듯 결국 모르겠는 이야기가 주목을 받았다. 정치는 연습이 아닌 실전인데 왜 계속해서 실용적인 이야기보다는 애매모호한 화제에 빠져드는 건지... 나로서는 영문을 모르겠다. 내가 일반인과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여서 그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