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극히 개인적인 생각

점점 더 필요없어지는 인간, 거스르기 힘든 흐름

감기군만쉐 2017. 2. 27. 09:46

2016년 2월 24일 오전 2:52 · 


오랜만에 피씨방을 갔었는데 결제시스템이 완전히 전산화가 이루어져서 회원가입한 아이디를 통해서 이용요금을 결제할 수 있고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가서 컴퓨터에 아이디를 입력하면 되었다. 예전 같으면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어떤 걸 하고 싶은가까지 일일이 다 말하고 자리를 배정받고 하고 싶은 게임이 있으면 CD를 받고 이용요금을 일일이 계산대에서 지불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과정이 모조리 생략된 것이다. 아르바이트 직원이 하는 건 자리 정리와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 주는 정도 밖에 없다. 이러니 꽤나 큰 피씨방이었는데도 직원 두세 명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스타벅스에서 계속해서 사용을 유도하고 있는 사이렌 오더도 마찬가지다. 계산과정이 생략되고 직원과 손님은 주문한 음료를 받는 곳에서 마주치는 것으로 끝난다. 아직 주문가능한 메뉴가 제한되어 있지만 이 제한이 풀린다면 하나같이 사이렌 오더로 주문할 것이고 계산대의 역할이 줄어드는 만큼 고용해야 될 직원 수는 줄어들게 된다.

만약에 여기에서 더 나아가 주문한 음식을 만들거나 가져다 주거나 자리 정리를 하는 것도 기계가 하게 된다면? 그렇게 먼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비슷한 역할을 기계가 대신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그럼 사람은 점점 더 쓸모가 없어진다. 사람이 지키는 영역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영역은 속수무책이다. 기계는 월급을 받지 않고 피로도 쉽게 느끼지 못할 뿐더러 그렇다 해도 대부분의 경우 간단한 수리만 거치면 된다.

정말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게 되는 걸까? 하지만 그 전의 러다이트 운동도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더구나 현대엔 자본이 상당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난다 한들 큰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하기 힘들다. 많은 곳에서 이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연대를 주문하지만 자본과 권력이 강요하는 구조에 순치되고 있는 현재의 인류를 보았을 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연대가 가능하긴 한지 의심이 들 뿐이다. 그리고 사람은 본능적으로 편함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 연대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보단 연대가 무너질 거란 확신이 더 강하게 든다. 그렇다면 인류의 미래는 정말 암울한 거 아닌가?

만약에 기계가 없어진다면 더욱더 암울한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편함에 익숙해져 있었던 사람들이 다시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전의 제자리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럼 오히려 적응을 하지 못하고 인류가 폭삭 주저앉을 수도 있다. 기계가 없을 때의 노하우가 모두 사라진 마당에 뭘 할 수가 없다. 사람들의 활동무대도 좁아질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도시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어서 물자를 쉽게 조달할 수도 없는 판국에 수요만 넘쳐나게 된다. 그럴 경우 어떤 아비규환이 형성될지...

우리는 편의란 이름 하에 미래 세대에 엄청난 짐을 떠안기고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역시 편한 걸 사람들이 바라고 있다. 자본은 거기에 응한다. 이걸 멈출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