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극히 개인적인 생각

그들은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할까

감기군만쉐 2017. 3. 7. 02:39

어제 양향자가 반올림을 겨냥해 유족도 아니면서 귀족노조를 꾸리는 전문시위꾼들이라는 말을 했고 이게 문제가 되자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화제가 된 데다가 특검은 박근혜가 삼성으로부터 삼백억을 받았다는 발표까지 했고 특히 삼성 반도체 공장 피해노동자의 상징 격이며 반올림이 만들어지는 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황유미 씨의 사망이 십 주기를 맞이한 날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분노는 더욱 타올랐다. 사실 이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예전에 <김광진의 톡쇼> 공개방송에 나왔을 때에도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상당히 불쾌하다는 듯한 말투로 노조가 필요없는 경영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남겼었다. 이 방송이 그닥 인기를 얻지 못하고(방송 자체의 단점도 있었지만 국민TV라는 한정된 플랫폼이다 보니...) 반 년만에 끝났을 정도였기 때문에 다들 못 들어서 이게 화제를 몰아온 걸까? 하지만 양향자가 고졸 경력으로 금수저들 사이에 끼어든 엄청난 사람이든 현 사회상에 대해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보였던 사람이든 삼성 임원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된다. 아무리 어떤 사람이 품고 있는 기본적인 사상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뽑았다 한들(요즘 같은 경우 사회관계망 서비스 계정을 요구하거나 아예 직접 찾아서 보는 것 같으니 이 말도 참 허망할 정도로 인권은 개쓰레기가 되었다...) 승진을 시키는 과정에서 자본을 구성하고 위계질서를 유지하는 논리에 어긋나는 사람들은 다 밀린다고 한다. 심지어 유명한 대학 나온 사람들도 발에 채이는 삼성에서 고졸 출신으로 임원에 오른 사람이다. 얼마나 삼성의 논리에 충실할지 모르고 뽑았다는 변명은 없었으면 좋겠다. 예전에 역시 문재인의 영입으로 들어온 손혜원이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이건 공식적인 자리보다는 그냥 김성근의 한화 야구에 빠졌던 한 사람이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퍼거슨 옹에게 1승 기부(?)를 한 거긴 하지만 "사람이 먼저다"라는 유명한 문구를 대선에서 내세웠던 문재인이 좋아서 들어왔다는 사람이 할 소리가 아니었기에 그에 따른 소란이 일었다. 나도 이 당시엔 아직 문재인에게 약간의 희망을 남겨두고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에 비례해서 반발할 수 밖에 없었고 이 사람은 대체 문재인을 도와서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 하는 물음을 제기했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했던 딴지일보 기사 트윗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프로필 배경사진이나 소개글로 봐선 문재인 내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할 법한 분들이 이런 말을 하시니 어이없기도 하고 결국 노무현 정부 당시 파업이 일어나면 노동자들 욕했다는 분들이 표준이 되는 게 더불어민주당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은 국민의당에 있지만 이 때엔 새민련에 있었던 유성엽이 이런 말을 했었다는 것도 덩달아서 기억이 났다. 정당지지율이 마구 치솟아서(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딱히 이 사람들이 잘한 건 아니지만...) 굳건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정당과 3위권 내에 있는 정당의 기반엔 이런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런 정당을 구성하는 사람들과 이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통해 원하는 건 무엇일까?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잘 모르겠다. 최소한 내가 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저 쪽에 붙어있고 난 얼마 있지도 않은 쪽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한국 사람들 전체가 갈 방향을 정하는 것은 저 쪽이다. 내가 원하는 세상에는 별 관심이 없을 뿐더러 심지어 혐오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뭔지 모를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그냥 자신들이 박근혜이자 자유한국당이 되고 싶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해봤다. 공정한 언론을 원한다면서 자신들에게 화살이 날아오면 마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심지어는 한겨레 경향 오마이를 구좌파라고 공격하는 사람도 있다. 좌빨이라면서 공격하는 친박 친기득권 쪽과 무엇이 다른가 잘 모르겠는 경우도 많다. 생각이 아닌 사람 위주로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그 사람 밑으로 꿇지 않으면 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그렇다.


심지어는 그 사람과 친숙하게 보이려 했다는 문구조차도 이렇게 적대행위로 비춰진다.


뭘 더 써봐야 보는 사람도 없을 것 같고 보는 사람은 뭘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거나 형편없는 글이라고 할 것 같고... 민주주의란 뭘까 싶다. 사람이 가진 생각을 키우기 보다는 힘을 가진 사람이 생각을 키워냈기를 바라며 투표를 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된다. 심사숙고한 정치적 고려가 들어있는 투표가 아닌 인상을 보고 결정하는 인기투표가 아닌가 하고, 그 인기투표에서 자신이 찍은 표를 정당화시키는 과정을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고...



그리고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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