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에 대한 고민

감기군만쉐 2017. 5. 31. 20:47

며칠 전에 은수미 씨가 지은 <은수미의 희망마중>이란 책을 보았다. 은수미 씨가 쓴 책은 이번에 처음 봤는데 그동안 은수미 씨가 전문적인 책을 주로 냈었기 때문에 노동을 학문적으로 파고들지 않는 한 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은 그런 책들에 비하면 대중친화적으로 썼다고 은수미 씨 본인도 설명했고 내가 보기에도 그런 수준의 책이 만들어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절한 난이도를 담은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 책의 대상이 20대 전후를 대상으로 잡힌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세대 중에 이 책의 내용을 기꺼이 소화하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노동문제를 관심있게 보고 생각해왔다면 친숙한 내용일 수 있겠지만 고등학교에서 문제집을 잡기 시작하면 급속히 책으로부터 멀어져 버리는 한국의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과연 이걸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책이 힘든 길을 걸어온 청년을 반갑게 맞아주는 은수미쿠냥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문을 엄하게 지키고 있는 고양이귀를 머리에 쓴(?) 수문장 같은 존재가 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아니 뭐 그 전에 많이 팔려야 은수미쿠냥이 되든가 말든가... -_-a


이 책 도중에 은수미 씨가 감옥에서 막 출소했던 1997년에 <화려한 휴가>를 보았는데 폐쇄공포증에 벌벌 떨다가 십 분도 안 되어서 극장을 도망치듯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화려한 휴가>는 2007년 영화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1997년 영화 중 이에 가장 적합할 것으로 생각되는 영화는 <타이타닉>이다. 거기에서 처음 부분에 수중 탐사 같은 게 나오기 때문에 은수미 씨가 폐쇄공포증을 떠올린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따지고 보면 그 <타이타닉>을 아는 세대 자체가 영화를 좋아하지 않으면 20대 중반에서 끊겨버린다. 요즘 보면 이런 <타이타닉>을 모르는 세대에게 기성세대들은 <타이타닉>을 잘 알 거라는 전제 하에 접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똘이장군>을 보는 줄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되는 인간도 있지만...


그리고 나아가서 책을 보지 않는 것뿐 아니라 이런 지식에 다가갈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청소년 청년들을 위한 마중수단은 없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그런 청소년 청년들이야말로 가장 소외된 약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 정치권은 언제나 그런 층을 외면해 왔다. 정확히 말하면 선거철이 아니면 찾아가려 하지 않는다. 선거철이 아니면 적극적으로 찾아오는 시민들만 상대할 뿐 그럴 수 없는 층과의 소통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렇기에 알바 문제와 특성화고 고등학생들의 실습 현장에서 겪는 문제 등은 계속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긴 나도 답을 모르겠는데 누군가에게 답을 바라는 것도 무책임한 태도랄 수 있겠지만... 정말 답이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