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초인, 광해군

감기군만쉐 2017. 4. 23. 01:10




오항녕 저 <조선의 힘> 중에서


실제로 4대강 공사는 모든 비용을 합치면 30조 원이 넘게 들어갔다는 이야기까지 있고 앞으로도 이로 인한 부작용을 계속 견디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처해 있으므로 7~8% 정도로 퉁칠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매년 25% 수준은 되지 않는다. 이런 정도로 국고를 낭비한 사람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보통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상당수의 민주주의를 외치(는 듯 보이)는 사람들은 광해군을 칭송하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혹시 노무현이나 이명박이나 같은 수준이라는 일부 좌파 세력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일까? ㅋㅋㅋ;) 최근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립외교의 선구자(?) 광해군을 끌어들여서 문재인을 감싸고 심상정 후보를 욕하는 움직임이 있다. 중립외교라는 것도 우스운 게 이렇게 돈을 써댔으니 위에도 서술된 것처럼 군사력 보강 같은 곳에 돌릴 돈은 커녕 군인 개개인에게 필요한 복지에 돌릴 돈조차 없었으므로 군대를 일으켜봤자 누군가의 편을 들기가 애매모호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 때 항복했던 강홍립이 훗날 호란이 일어났을 당시 여진족의 군대를 이끌어주는 역할까지 했다면 도대체 이 중립외교는 뭘 낳은 건지...

광해군에 대한 평가는 조선이 끝나기 전까지 이익, 홍대용, 정약용 같은 혁신적인 학자들도 일관되게 비판적이었을 정도로 누가 딱히 긍정을 하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반전이 일어난 게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사편수회에 있었던 이나바 이와키치가 광해군은 실용주의자였다고 외친 것이 이병도의 중립외교로 이어졌다고 한다. 조선사편수회에 뿌리가 있다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자칭 진보세력에서 식민사학자라며 손가락질하는 이병도까지 있다는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그저 곧이 받아들이는 신기한 현상... -_-a 하긴 자기네들에게 도움이 되면 뉴데일리도 끌어들이시는 분들까지 있으니 신기한 것까지는 아니려나... -_-;

어쩌면 광해군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광해군이 실제로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자기들의 영웅이 되어 자기들의 이상에 희생양이 되어줄 존재이기에 계속해서 광해군을 비극의 명군으로 만들려 하는 건지도... 오항녕 교수의 책도 이를 뒤집지 못하는데 이에 기반한 내 글이 무슨 영향력을 가지겠나 싶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광해군을 이용할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초인이 광야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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