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람들만을 위한 광해군은 없다

감기군만쉐 2017. 4. 20. 01:39



오항녕 저 <호모 히스토리쿠스> 중에서


노무현을 어떻게든 비운의 명군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흔히 썼던 수법이 광해군에 비유하는 것이었는데 이게 얼마나 허술하고 거짓된 논리 위에 정립된 것인지는 위에도 언급된 <광해군 - 그 위험한 거울>에 잘 나와있다. 물론 나온지 꽤 된 책인데도 버젓이 광해군=중립외교를 펼친 지도자(노무현 소근소근...)로 놓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걸 보면 다들 안 읽었겠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재밌다고 생각한 게 인조와 그 옹호세력이 아무리 좋은 뜻을 품고 했다 한들 원래의 임금에게 반역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므로 어떻게든 자신들의 정당성을 굳건히 해야 당장의 백성들을 설득하는 것도 후세 사람들에게 쫄리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려면 최우선으로 삼아야 될 것이 광해군이 얼마나 쓰레기였기에 우리가 이런 짓을 저질렀나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인조는 광해군일기를 완성하는 것마저도 뒤로 미루다가 결국 하지 못했고 이것만 봐도 당시 나라의 사정이 얼마나 안 좋았는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인조가 막상 즉위했을 당시 나라 사정을 파악해 보면서 "이렇게 막장으로 만들어 놓은 나라의 정권을 잡자고 반정까지 일으켰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고 하면서(대충 지어내지마) 탄식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궁궐마저도 피폐했으니 당연하다시피 군대는 허접했을 따름이다. 연이은 호란에 허접하게 지는 것이 당연했다.

영화에서 꾸며낸 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제대로 살펴볼 만한 여유가 없는 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여유가 없을까? 영화관에서 쓰는 돈을 생각해보면 그걸로 책 한 권 못 살 이유도 없다. 요즘 보니깐 주말 같은 경우 기본이 만천 원이던데... 거기다가 쓰잘데기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먹고 있다고 광고하는 소리를 내려고 비싸기만 한 팝콘까지 사잖아? 그리고 도서관 가서 빌리면 무료다. 내가 낸 세금 낭비한다고 정치가들 덮어놓고 욕할 게 아니라 세금으로 활용되고 있는 제도부터 제대로 활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시간이 없다는 것도 납득이 가질 않는데 영화관에 갈 경우 가서 영화를 보기까지 최소 한 시간, 영화가 기본 한 시간 반이라고 하면 적어도 두 시간 반이다. 읽는 속도가 느린 내가 저 책을 보는 데에 걸린 시간이라고 해봤자 세네 시간이었다. 정말 여유가 없는 건지 그냥 지식에 관심이 없는 건지 싶다. 다르게 보면 여가를 자기를 위해서 쓰기보다는 남들이 하므로 거기에 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엔 다들 당연히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만 해도 그걸 쓰고 있으면 여가를 다른 곳에 기울일 만한 여유가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정보의 홍수 그 자체가 아닌가. 그런 홍수가 쏟아지는 화면을 보고 있는데 다른 방법으로 성격이 다른 정보를 찾기를 원할 사람이란 게... 나 같은 별종이란 게 얼마나 남아있는 걸까 싶다. 대기업은 금고에 돈을 몇백조씩 쌓아두고 있지만 출판사들은 망하지 않는 게 신기할 뿐이다. 

아니면 위에서 누르는대로 눌리고 있는 걸 당연히 여기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매우 심하게 눌린 사람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걸까? 광해군도 그렇고 사도세자도 그렇고... -_-a 그렇다고 해도 역사를 해석하는 데에 감정이입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불필요한 정보로 정작 중요한 정보들을 덮을 뿐. (환빠라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