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극히 개인적인 생각

그들이 있는 곳

감기군만쉐 2017. 11. 10. 01:45

전에 교원 채용인원 감축을 놓고 한동안 난리가 났을 때 언론에서 마치 일침을 놓기라도 하는 듯이 돌아다니는 기사가 있었다. 서울 쪽엔 사람이 몰려들지만 강원도 같은 곳엔 오히려 응시자가 모자라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그러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려 하는 교사들이 마냥 이기적인 것처럼 포장을 했다. 물론 이기적이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걸 꼭 그렇게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문제였을까?

같은 일을 하고(생각해보면 강원도 같은 곳은 학생도 많지 않으니 더 수월할 수 있다.) 거기에서 돈을 조금 더 많이 모을 수 있다고 해도 지방에 가는 걸 꺼리는 이유는 결국 삶과 노동의 환경일 것이다. 전에 인터넷에서 한창 유행했던 인프라 타령만 생각해 봐도 그렇다. 서울에서는 조금만 가도 보이는 가게, 약국, 패스트푸드점 같은 편의시설들이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고 수도권, 도시에서 벗어나는 순간 조금은 수십 배, 수백 배로 늘어난다. 교통도 서울처럼 촘촘하게 지하철과 버스가 다닐 수 있는 지역이 있을까? 서울의 넓이를 생각해 보고 다른 지역의 버스편이나 지하철을 조금만 봐도 상당히 답답해진다. 단순한 것부터 이렇게 되는데 좀더 깊숙이 들어가면 뭐... 노동 환경도 이에 비례한다. 서울일수록 다른 지역에 비해서 교육청과 제도가 더 많이 발전해 있고 좋은 학교가 널려있는 게 사실이다. 이 현상은 지역간의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럼 답은 뻔하다. 대기업을 바라보며 공무원을 바라보며 시간을 날려보낸 청춘들을 마냥 욕할 수 없는 것처럼(난 아니지만) 임용고시 준비생들이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려는 교사들을 마냥 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단지 공무원 신분을 둘러싼 이야기라는 이유만으로 공분을 사야되는 건가?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85569


아니면 이 분 생각에 동조를 하는 건지...


공무원들이 위에서 하라는대로 하고 철밥통이라는 이야기들을 흔히들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 공무원 사회가 아닌 곳에서도 상사가 하라는 일에 뭐라 하지 못하고 묵묵히 따르는 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그닥 보이지 않는다. 공익제보자 같은 경우 외국에서도 많은 고통을 받고 그 분야에 다시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지만 한국의 경우 더욱 심해보인다. 공익제보자들을 어떻게든 보호하고 칭찬해주려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들이 많이 발벗고 나서지만 그건 어디까지만 시민단체의 영향력 안에서의 이야기일뿐 사회적인 뒷받침은 그저 부족하기만 하다. 다들 묵묵히 지켜보고 있으니 받침을 해줄 사람이 없는 거고...



http://murutukus.kr/?p=11181


이 이야기가 들려왔을 때 정말 미치는 줄 알았는데...


자기가 못하는 거라 해도 남은 해야 된다는 생각인 건지 아니면 정말 다들 떳떳해서 비판을 하는 건지 결국 나로선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공무원 사회라고 해서 딱히 보편적인 한국 사회와 다른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제도적으로 낫기에 그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그 모양이라면 그 외의 곳은 어떤 수준일지 대충 짐작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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