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문난 잔치에 많은 사람들이 오지만 소문난 잔치가 실속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감기군만쉐 2017. 8. 6. 22:10

어제 트위터에 올라온 글 중에 "'택시운전사' 그해 5월 광주를 이렇게밖에 다룰 수 없었나"라는 기사를 보았다. 첫날부터 이천 개가 넘는 스크린을 독점한 데다가 일제시대 당시 징용에 동원된 사람들을 모욕하는 내용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일 주일 동안 오백만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환영받지 못했던 <군함도>를 제치고 오늘로서 개봉한 지 나흘밖에 안 되었지만 흥행 성공을 예약하다시피 한 <택시운전사>의 단점을 비판하는 기사였다.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사람들이 비난 댓글을 달아 놓은 걸 보며 왜 이렇게 덮어놓고 욕부터 하는 걸까 생각을 했지만 보지 못한 내가 딱 잘라서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어차피 그 사람들이 듣지도 않을 테니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혼잣말만 했는데 오늘 볼 수가 있었고 다 보고 난 뒤 기사를 다시 보고서 생각해 봤다.

자세히까지는 아니어도 80년 5월 광주에 대한 사실들은 대중에게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평론 필자도 언급했듯이 지금까지 많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영화적 접근은 있어왔다. 하나같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당시의 상황들과 그 후에 사람들이 겪게 되는 고초에 대해서 많은 접근을 해왔고 영화 외에 다른 매체들도 충분히 접근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태까지 보아왔던 접근은 광주 안에 있는 세력과 세력 간의 전쟁 혹은 광주 바깥에 있던 사람들이나 후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뤘지 광주 안에 있던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였는지에 대한 묘사는 상당히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그런 점에서 광주의 사실을 좀더 다뤘어야 한다는 필자의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장훈 감독은 굳이 사실 기반으로만 움직이는 접근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은 그 사태에 대해 어떻게 접근을 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태까지 나왔던 광주 영화와 다를 바가 없었지 않았을까?

물론 이 영화는 힌츠페터 기자의 이야기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때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홍보와는 영 핀트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화 내내 힌츠페터 기자 역을 맡은 토마스 크레치만 배우는 관심이 별로 없었던 한국에 어쩌다 온 평범한 외국인 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어를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주인공에게 끌려다니고 외국인에 익숙치 않은 순박한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대접을 받는 흔히 봐왔던 그런 형상 말이다.(Do you know 갓김치? -_-a) 치열했던 것은 주인공과 광주 사람들이었지 힌츠페터 기자가 아니었다. 필자가 언급한 "납작한 등신대"도 이런 면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단짝을 이룬 기자와 택시기사라기 보다는 기자를 끌고 다니는 택시기사에 가까워 보였다.

주인공을 맡은 송강호 배우도 여태까지 줄곧 나왔던 평범하게 살아가며 "학생들이 공부는 안 하고 데모나 하고..."를 중얼거리는 아저씨에서 독재에 항거하는 투사로 변하는 전개를 답습했다. 이런 식의 반복이 얼마나 먹힐지 잘 모르겠다. 전에 트위터에서 우스갯소리로 송강호 배우가 노령에 접어들면 어버이연합에서 열심히 활동하다가 작년 겨울을 맞이한 할아버지를 연기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올라온 걸 본 적이 있었는데... 

이야기 전개도 유머와 광주의 모습과 액션(?)으로 왔다갔다 하는 불균형적인 구조가 이어지면서 집중도가 많이 떨어졌다. 유머와 광주의 모습은 그래도 이 작품에서 흥미를 살려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지만 액션(?)은 분위기를 완전히 다른 곳으로 몰고 가버린다. 이런 흐름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사람들은 이걸 광주 영화로 받아들인다.

딱 실패한 영화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이렇게 관객이 많이 몰릴 영화인가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아 보였다. 하지만 80년 5월 광주와 송강호가 합쳐지고 <군함도> 사태까지 겹쳐지면서 지금의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스크린 수가 <군함도>가 욕 먹었던 이유에 필적하는 이천 개에 거의 도달했고 상영횟수 점유율을 생각하면 거의 독점, <군함도>와 합치면 완전히 과점이 되는 현실을 외면한 채


여담으로 택시기사 분은 힌츠페터 기자 같은 외신기자들에 대한 압력이 영화만큼은 아니어도 심했다면 그 쪽을 추적해서 비밀리에 죽이지 않았을까 싶다. 서울에서 광주로 갔었던 택시 찾는 거야 일도 아닐 거고 뉴스타파에서 다뤘던 국정원 관련 소식만 봐도 탈북자 같은 사람들이 아직도 국정원에 의해 죽은 사람들이 있고 꾸며낸 사건에 의해 교도소 들어가는 일이 빈번한 상황인데 그 때 중정이나 보안사면 뭐... 그래서 힌츠페터 기자가 그렇게 찾았어도 시간이 흘러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5.18.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을 받았어도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서나마 그렇지 않았을 거란 희망을 주는 건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몸바쳐 고난에 뛰어들어 많은 사람을 도와준 사람이 결국 죽었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슬프기만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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