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극히 개인적인 생각

투표는 어디에다 했습니까를 물어봐야 합니까?

감기군만쉐 2017. 5. 24. 14:01


성주군, '사드 반대' 현수막도 못펴게 막아 기사에 달린 댓글


이번 대선(슬슬 지난이라고 해야 될 것 같기도 한데 헷갈린다.)의 개표 결과가 나온 후 상당히 논란이 되었던 것 중 하나가 성주의 대선 지지율이었다. 성주에서의 홍준표 지지율은 56.20%, 김천에서는 48.04%였다.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 중심이 되었던 두 지역의 주민들이 다른 경상북도 지역들과 비교해 봐도 사드를 들여왔던 박근혜-최순실 정부와 이를 뒷받침했던 새누리당->자유당에 대한 지지를 훨씬 많이 거두기는 커녕 성주의 경우 상위권(9/24)에까지 들어있었던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니 위의 댓글처럼 성주 주민들은 별 생각없이 반대하는 사람들, 돈 더 받아먹으려고 반대하는 사람들이란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걸 이딴 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지금 현재 성주에서 사드를 막으려고 도로를 막고 하시는 분들은 성주 전체에 비하면 상당히 소수이다. 처음에 사드를 설치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처럼 아예 군수까지 나서서 사드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군청 쪽에선 반대 주민들을 탄압하고 있는 상황이고 골프장으로 설치 장소를 옮긴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언론 플레이에 말려서 반대 운동에서 빠졌다. 안 그래도 집에 박정희 박근혜 사진 걸어놓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유당에 가입해 있다는 곳에서 사드 설치 하나 때문에 다른 곳보다 표가 확 빠지는 걸 기대하는 건 경상남도에서 무상급식 건 때문에 사람들이 홍준표를 안 찍어주리라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우스운 생각이었다.


https://twitter.com/sgpark123/status/862134698901766144


지지율을 가지고 그 곳에 뭘 해줘야 한다 안 해줘야 한다 생각하는 건 "너희는 우리 편 아니니깐 아무 것도 안 해줄 거야!"라는 단순무식 유치찬란한 사고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근혜가 이딴 식으로 해왔으니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 역시 이딴 식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고방식을 넘어서 이명박근혜가 해왔던 약자에 대한 차별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성주의 지지율이 그렇게 나왔으므로 외면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사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이에 참여하지 않는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해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걸로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정에서 밀양에서 진행되어 왔던 것처럼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은 수를 모으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의 뜻이 존중받을 만하기에 다른 지역 사람들이 도와주러 가고 그랬던 것이지 언제 그들이 다수이기에 버스까지 동원해서 갔었단 말인가? 그런데 성주는 표가 모이지 않았으므로 외면해도 된다는 건 도대체 시민의 저항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지... 하기사 성주를 외면해도 된다고 했던 사람들은 오늘 동성애와 관련해 징역형을 받은 대위의 상황도 문재인에게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외면을 넘어 혐오를 마구 드러냈던 사람들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편가르기의 명수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선거는 각각 구성원들에게 뜻을 물어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후보와 안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어떤 후보나 안을 지지했다고 해도 그건 구성원 간의 사고방식의 차이일 뿐이지 그걸로 인해서 그 구성원이 배제를 받아야 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혹여나 그런 방식으로 생각할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비밀투표를 하는 것이고. 다시 말해서 선거는 지금 친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줄서기가 아니다. 서로의 의견을 토론과 정책홍보 등을 통해서 비교하는 과정이 괜히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결과 뽑힌 후보나 안을 존중하는 동시에 다른 후보나 안을 뽑은 시민들의 마음도 존중하지 않는다면 이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가 될 수가 없다. 존중하지 않았던 이명박근혜 정권을 겪고 나서 그들과 같은 악마가 되려고 하는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가 참으로 힘들다. 


나처럼 심상정 후보를 찍은 시민들, 유승민이나 안철수를 뽑은 시민들, 그리고 홍준표를 뽑은 신민들은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펼쳐나가는 정책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건가? 군소후보를 뽑은 사람들은 아예 찌끄레기니 상대도 하지 말고?


애초 사드는 성주 김천 원불교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한중 한미 간의 외교문제, 이로 인해 영향을 받은 타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문제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타지역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비슷한 문제가 우리에게 닥칠 경우 그것을 같이 도와줄 사람이 어디에서 갑자기 샘솟는 것이 아니다. 지금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나중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면 도와줄 수 있고 실제로 서로 도와주고 있다. 이런 과정을 단지 눈 앞에 보이는 숫자로 외면하면 과연 어떤 일이 발생할지...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흔히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일에 대항해 싸우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내가 당해보니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고. 이걸 너네도 당해봐라라고 해석한다면 나도 더이상은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