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단한 선심

감기군만쉐 2017. 2. 22. 01:33

합정역을 지나다가 입구에서 <빅 이슈>를 파는 아저씨가 한 분 보였다. 그냥 지나쳐서 편의점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그 후 다시 합정역 입구로 돌아와서 (오천 원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싶어서) 얼마냐고 물어본 뒤 알고 있는대로 오천 원이라고 해서 준비했던 오천 원짜리 지폐를 바로 꺼내서 건네주었다. 아저씨는 연신 감사하다며 <빅 이슈> 한 권을 건네주셨다. <빅 이슈>를 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동안 노숙자 생활을 하던 분들의 재활을 돕기 위한 잡지라는 이야기나 매달 구입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 잡지를 들고 지하철역 입구에서 사달라고 외치시는 분들의 목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지금까지 구입하고 싶다는 마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과연 오천 원의 값어치를 할 만한 내용이 들어있는 건가 하는 생각만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김영오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인 <가슴에 담아온 작은 목소리>를 몰아서 듣는 와중 <빅 이슈>를 판매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당신의 집은 어디입니까)를 들었던 게 합정역을 지날 때 생각이 났다. 김대중 선생님의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개쓰레기다 ㅅㅂㄻ"(?)도 같이 떠올랐다. 그런 변덕이 합쳐지면서 한 권 구입한 것이다. 변덕에 산 것이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다음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산 것으로 인해 그 아저씨의 주머니엔 이천오백 원이 추가로 들어왔다.(처음 파는 경우 판매가격 오천 원을 전부 가질 수 있게 한다고 하지만 그 경우도 계속 장사하려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천오백 원이면 내가 점심으로 먹은 라면 사리 넣은 떡볶이 삼천오백 원어치는 힘들겠지만 저녁으로 먹은 컵라면과 삼각김밥 이천 원어치를 먹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선심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웃기지 않나. 겨우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을 돈을 준 것 가지고 뭐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쓰고 있었으니. 행동하는 양심은 개뿔. 네 자신이나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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