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월에 봤던 시네마달 영화들

감기군만쉐 2017. 3. 26. 14:46



<다이빙벨> 등 정부의 눈치는 신경쓰지 않고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를 팍팍 내보냈다가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고사위기에 처한 시네마달을 돕기 위해서 인디플러그에서 열었던 시네마달 지키기 프로젝트 행사 때 삼만 원어치를 다운로드했더니 당첨되었다. 안 그래도 많은 양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가격인데다가 가격이 싼 영화들 위주다 보니 보는 것 자체가 참 고역이었다. 좋은 영화가 많기는 했지만... 그런데 왜 내 필명이 두 번이나 올라와 있는 걸까? 전산처리의 오류인 건지 아니면 해당자가 네 명 밖에 없는 건지 잘 모르겠다.



<4월 9일>

4월 9일은 박근혜-최순실이 민혁당이라고 했다가 망신살을 뻗친 인혁당 사건 피해자 분들의 결심 선고 바로 다음날이자 사형을 당한 날로 이 분들의 유족이 진상규명을 위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고생하시는 모습을 담은 영화이다. 예나 지금이나 유족은 똑같이 거리에서 경찰들과 싸워야 하고 정치가들의 차가운 시선에 맞서 싸워야 한다. 도대체 바뀐 게 무엇인지...



<꽃다운>

YH 노동자들의 투쟁과 KTX 승무원들의 투쟁을 엮어 만든 영화. YH 투쟁 과정에서 마지막 신민당 농성 당시 사망했던 김경숙 열사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김경숙 열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노조에 보탬이 되었는지 잘 나타냈다. 그리고 이 분의 죽음을 자살로 몬 비겁한 나라도... KTX 승무원들 이야기는 시간상 대법원 판결 이야기가 빠져 있어서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 힘들어도 희망을 가지고 나아간 결과가 그런 결말을 낳게 될 줄은...



<꿈의 공장>

잘 아시는 분은 광고사진과 제목만 봐도 아시지 않을까 싶은 콜트 콜텍 이야기다. 열악한 공장에 몸바쳐온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잘리고 재판에 이겨서 이젠 공장에 다시 갈 수 있겠지 했더니 공장이 문을 닫고 생산하는 곳은 외국으로... 그래서 상당수 콜트 콜텍에서 만든 기타를 사용하고 있을(하청이라 본인들은 잘 모르지만) 기타 연주자들을 상대로 콜트 콜텍의 악행을 고발해 보지만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은 과정을 영화에 담아냈다. 불매라는 것이 정말로 쉽지 않다. 남양이나 롯데나 멀쩡하게 살아있다. 이렇게 다들 자본에 휘둘리는 건가 싶고...



<끝없는 싸움 - 에바다>

공지영 작가가 쓴 소설과 영화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도가니>는 여기에 나오는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지도 모른다. 농아학생들이 바깥에 호소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서 학생들을 마구 부려먹었고 이게 문제가 되자 이 곳의 원장 등은 도리어 학생들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선생님들을 쫓아내고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학생들을 두들겨 패는 행위를 일삼는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몇 번이고 호소를 해봤지만 정부의 해결 노력조차도 지방엔 닿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에바다 학원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끈끈하게 맺어진 관계였기 때문에 노력이 중간에 끊겨 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이렇게 무력할 수 있는가 싶었다. 그냥 해결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두 개의 선>

동거를 하던 연인들 사이에 아이가 들어서면서 일어난 이야기. 양쪽 다 결혼이란 제도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래서 동거를 유지하고 싶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았다. 사람들의 인식은 당연히 "결혼해"이고 복지 등의 제도도 "결혼해"를 요구한다. 양가의 양친들은 이해를 해주시고 동거란 관계를 유지하게 되지만 이렇게 양가를 방문하는 것도 아이를 키우느라 고민하게 되는 것도 결국 지금의 사회가 규정하고 있는 틀 안에 갇히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도 성이 다른 두 연인이 결혼을 하는 것만이 정상적인 가족을 이루는 단계인 것처럼 인식하고 법에 명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쯤 바뀔 수 있을지...



<땅의 여자>

농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 농사를 짓기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하면서 농민들을 위한 시위에 나서기도 하고 농촌 할머니들을 위한 일을 하기도 하고... 그러는 동안 남성중심적 사고로 가기 쉬운 농촌의 현실에 부딪혀 좌절하기도 하지만 다시 길을 찾아나선다. <농민가>를 봤을 때에도 그랬지만 농촌의 생활이란 게 정말 막막하다. 아무리 농사를 열심히 짓고 잘 지어도 허덕이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려고 나서면 차도 위를 막아선 경찰들과 싸워야 되고 간신히 올라와도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백남기 선생님을 강타한 물대포였다. 내가 강기갑 씨 같은 분이 국회에 다시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농민들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너무 없다 보니 FTA 같은 국면을 맞이할 경우 농촌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못한다. 다른 나라는 식량주권 문제에 대처하는 동안 한국은 그저 핸드폰 팔고 차 팔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농사는 갈아엎으라고 하고...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망원동 인공위성>

티셔츠를 팔아서 직접 만든 인공위성을 다른 위성에 꼽사리껴서 쏘아올라 보이겠다는 괴짜 수준의 계획을 시도하겠다고 나선 송호준 씨의 이야기. 정말 이론은 빠삭하고 전문가들도 보다못해 도와주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만 현실적인 돈 문제와 인공위성의 완성도, 꼽사리낄 인공위성의 발사 지연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는다. 송호준 씨 본인도 매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면서 찍고 있던 감독에게 영화 그만 만드는 게 낫지 않냐는 말까지 꺼낼 정도.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게 중요한 것 같다... 그래봤자 내가 뭘 할 수 있나 싶지만.



<샘터분식>

소박한 식당을 운영하는 최영임 씨와 모 아니면 도다 식으로 솔로에 도전하는 제리케이, 민주노동당 폭망에 진보신당으로 뛰쳐나와 정치에 도전해보는 안성민 씨가 홍대 근처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솔직히 이렇다 할 만한 감흥을 찾기 힘들었다. 제리케이가 나오니깐 끝까지 보긴 했는데... 이 작품이 뭘 말하고 싶은 건지는 잡아내지 못한 것 같다.



<안녕, 사요나라>

야스쿠니 신사에 들어가 있는 아버지의 이름을 빼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는 이희자 씨와 이를 돕고 있는 후루카와 마사키 씨의 이야기.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에 대한 교육은 상당부분 전쟁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 전쟁이 합당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보다는 한반도에 침략해온 나라들은 모두 악독한 존재들이고 한반도에 있던 나라들이 다른 곳으로 침략하면 영토를 넓혔다, 혹은 수복했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런 영화는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경계선을 사이에 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아닌 부당한 폭력에 맞서 경계선을 지우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애국자 게임>

지금 당장은 반공을 내세운 거짓보수에 휩싸여서 보이지 않지만 이것을 걷어내면 그 다음으로 처절하게 싸워야 될지도 모를 사람들이 이런 부류이다. 무조건적인 애국과 민족주의를 붙잡은 채 타자를 배제하려는 움직임... 지금도 외국 출신 노동자 문제와 국제결혼 같은 문제가 보인다 싶으면 물어뜯으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소위 진보세력 내에서도 이자스민과 관련된 이야기가 떠올랐을 때 상당한 거부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튀어나왔던 걸 생각해 보면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우세력의 반동이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버스를 타자!>

지금도 저상버스가 없는 노선이 많고 저상버스가 있다한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보기는 힘들다.이것도 서울시내의 이야기이지 지방으로 갈수록, 지역간 이동거리가 긴 노선일 수록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버스는 없다. 그렇기에 지금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곳이 고향인 장애인들은 고향에 갈 수가 없게 된 것이고 이에 항의해서 우리도 고속버스를 탈 수 있게 해달라는 시위를 하는 것이지만 정부의 대응은 경찰로 막기뿐이다. 지금 지하철에 웬만하면 승강기를 설치하고 휠체어가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계를 설치하게 된 것은 여기에서 나오는 투쟁들이 이어진 결과이다. 하지만 결국 당사자들이 아니면 이해를 하지 못하고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렇게 생각하고선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탈 수 있는 저상버스와 무거운 짐 때문에 힘들게 계단을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승강기를 이용한다. 세상이란 게 이렇게 참 어이없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이상이 시네마달을 돕기 위해 받았던 영화들 중에서 끝까지 다 보고 DVD에 넣어둔 작품들이다. 내 취향이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맞는 건지 모르겠고 이렇게 쓴다고 한 명이라도 참고할지 잘 모르겠지만 행사에 당첨되었다고 하니 써보고 싶었다. 

문화의 다양성을 해치는 블랙리스트를 당연시하는 뻔뻔한 사람들을 배제하기 위해서라도 시네마달 같은 배급사가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다양성이 없으면 문화는 사람들을 위한 존재가 아닌 힘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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