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극히 개인적인 생각

허물 수 없는 벽 90 대 10

감기군만쉐 2017. 3. 18. 03:11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싶었던 지난 총선 결과를 보면서 나를 가장 당혹케 한 것은 국민의당의 약진이었다. 지역구에서야 그들이 기득권이니 그렇게 휩쓸 수 있을 거란 걸 대충 예상은 했지만 비례대표 투표에서 자리만 열세 석으로 똑같았을 뿐 득표율에선 26:25로 더불어민주당을 제치는 결과를 낳을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전라도 지역뿐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골고루 표를 얻은 결과였다. 그러는 동안 정의당이 얻은 비례대표 득표는 7.23%로 네 석. 득표율대로라면 스물한 자리를 얻어야 되었다는 자기최면에 가까운 정치이론을 들이대봤자 지역구까지 합쳐서 여섯 석였다.

물론 이 총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새누리가 이백 석을 얻는 것도 가능할 거라는 끔찍한 예상까지 나오고 있었던 터였기 때문에 막상 결과가 나왔을 때엔 일본과 같은 사실상 일당 독재 상황에 빠지는 일은 없게 되었다는 인식에 상당히 기뻐했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되씹으면 되씹을수록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폭발한 것이 구글 블로그에 썼었던 녹색당 생각이었고 그 전단계가 90 대 10이었다.(90 대 10은 복구할 수 없었으므로 여기에 다시 쓴다. 다소 다를지는 몰라도 그 때 썼던 취지는 다 살린 것 같다. 아니면 원래 죽어있었거나.)

정치학대로 생각해보면 지금 한국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정당들은 모두 우파에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하다.(물론 우파, 보수라는 말 자체에 적대감을 느끼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중엔 욕처럼 받아들이고 부정하려 들려는 사람이 많지만) 총선 당시 새누리,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은 33.50, 26.74, 25.54였다. 이 셋을 합하면 83.78이 된다. 그리고 절대 좌파로 볼 수 없는 종교정당인 기독자유당과 기독민주당,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합친 민주당의 득표율이 4.05이므로 이것까지 합하면 87.83... 반면에 좌파로 볼 수 있는 정당인 정의당, 녹색당,민중연합당, 노동당은 다 합해봐야(일일이 쓰기 싫다...) 8.98이다. 물론 예전에 정의당과 민중연합당, 노동당(녹색당 집어넣으면 화내려나?)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04년 총선에서 열 석을 차지한데다가 여론조사에서 날아다니다시피 했고



날아다닌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강기갑 씨.(?) 다시 국회에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그저 희망일 뿐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12년 총선 당시 진보신당 일부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이 힘을 합쳤던 통합진보당도 열세 석을 차지하는 등 뜰 것 같은 모습을 많이 보였지만 언제나 10%대 득표에서 크게 올라가지 못하거나 그 아래로 떨어졌다. 08년 총선을 생각해보면 좌파 진영에 기꺼이 표를 던질 수 있는 사람들은 한 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도 그닥 틀리지는 않지 않나 싶다. 거기에 좌파 진영 쪽에 어느 정도 마음이 있는 사람이 5%+알파? 여기를 끌어오면 한계지점에 도달한다.

결국 상대편에 있는 90은 이 쪽으로 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가 공천 과정에서 불만을 가지고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되었던 사람들까지 급하게 끌어안아야 되었을 정도로 몰리게 된 것은 박근혜-최순실의 실정과 이를 정당으로서 제지하기는커녕 얼마나 박근혜-최순실에 충성하는 딸랑이인가를 보이느라 정신이 없었던 새누리에 실망한 시민들이 급기야 새누리가 압승할 거란 비보까지 접하게 되니 이에 대한 반발로 폭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폭발은 좌파 정당에게 미치지 않는다. 오해에서든 분석에서든 19대 국회에서 무력하게 비춰졌던 새민련, 총선 당시에 더불어민주당은 계속해서 너네가 잘해서 지지를 얻는 것이 아니란 말을 듣게 된다. 하지만 여당은 싫고 제1야당은 못 미더운 상황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갑작스럽게 분열되어서 나온 제2야당에게 향했을 뿐 제2야당에서 제3야당이 된 정당에게 향하지 않았다. 딱히 20대 총선에서만 이랬던 것이 아니다. 어디에서 갑자기 신당 창당세력이 나타나 "시민이 주인이다!" 한 마디 외쳐주면 급격하게 지지율이 몰린다. 그리고 거기엔 (딱히 검증되진 않았지만)유명인사가 한두 명씩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별 성과를 보지 못하고 기존의 기득권 정당에 합류한다.(정의당에 합류한 경우도 있긴 했지만 그 후 대부분 사라진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90은 어디까지나 새누리-국민의당-더불어민주당, 지금은 자유당-바른정당-국민의당-더불어민주당이 형성하는 스펙트럼 내에서 머물고 싶을 뿐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본격 시사인만화 - 불사조 거시기 달력 중에서


이 그림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여러 모로 문제가 많지만 당시 내 심정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 이 그림이었다.


결국 아무리 선명성을 가진 좌파 정당임을 선전해봤자 성차별적 어휘를 동원하면서 눈길을 끌려고 해봤자 90은 90대로 똘똘 뭉쳐서 이 쪽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쉬울 때엔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평소엔 지푸라기 취급 밖에 안하던 정의당 같은 세력에게 선거가 다가오면 방해되니깐 우리랑 합쳐야 한다는 말을 한다. 합치지 않으면 지푸라기 새끼들이 독불장군 행세를 하네(혹은 구좌파), 합치면 우리가 본부 취급을 당하게 되니 매번 딜레마를 겪어야만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어 오다가 이번에 드디어 정의당이 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시점이 왔다. 박근혜-최순실이 국회에 이어 헌재에서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탄핵을 당하게 된 것이었다.(임시정부 시절까지 합하면 이승만이 첫 탄핵 사례였다고 한다.) 이미 헌재 탄핵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심상정 의원을 정당의 후보로 뽑은 정의당은 탄핵 인용되기 전부터 대선 행보를 시작했고 인용된 후 본격적으로 대선 모드에 들어갔다. 그리고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은 3월 16일 현재 4.1%이다.




물론 본선에 들어가면 바뀔 수도 있겠지만 그런다고 크게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에 온갖 지지가 몰려들어서 당 간의 경쟁에 부담이 없는 상황인데도 심상정 후보에게 눈길은 조금도 옮겨가지 않는다. 그런데 본선이라고 크게 옮겨갈까?


https://www.facebook.com/murutukuspage/posts/657807584407696


<썰전>에 더 나가면 될까? 불러주지도 않을 거고 나와봤자 혼자서 종편 거부하고 있는 나는 안 볼거고...


요즘 심상정 후보 대담을 들어보면 요즘 새로 들어온 당원 이야기(모르는 사람이지만 유명한 모양이다.)가 자주 나오는데 탄핵국면에서 정의당이 보여준 활동들을 보면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고 오히려 떨어지기까지 하는 것이 안타까워 자신이라도 지지를 나타내기 위해 원래 있던 당을 나오면서까지 입당을 했다고 한다. 이 분도 결국 90보다는 앞서 말한 5%+알파에 속해 있던 분이셨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이 분이 말한대로의 지지율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걸 보면...



뉴스타파 - 총선예비후보 전수분석...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


이런 등신같은 지지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관심이라도 좀 가져줬으면 하는 건데... 이것도 무리한 기대인가?


그저 답이 없는 답답함을 안고 있는 것은 정말 버겁다. 누가 안고 있으라고 한 것도 아니지만 내려놓을 수도 없다. 그냥 이상을 떠안고 익사해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