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의 꿈/성우

일본어 더빙과 한국어 더빙

감기군만쉐 2017. 10. 29. 01:39

넷플릭스에서 <나르코스>를 보는데 설정으로 들어가봤다가 이 드라마가 일본어 더빙을 지원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의 다 봐가는 참에 이제서야 발견했구나 싶은데 1기 때부터 일본어 더빙이 지원되었다. 그런데 이 더빙이 지원되는 부분이 상당히 한정된다. 신박하게도 미국인들 대사에만 더빙이 지원되고 배경상 대부분을 차지하는 컬럼비아인들의 대사는 지원이 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인이 스페인어를 하는 대사도 배역을 맡은 성우가 스페인어를 선보이는 고난이도 더빙... -ㅁ-; 그야 이 드라마 중에 종종 미국인하고 컬럼비아인들끼리 말이 통했다가 말았다가 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분리를 해야 되는 건가? (설마 더빙에 쓸 돈이 적어서 이런 건 아닐 테고 -_-;) 

전혀 모르는 스페인어하고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게 편한(?) 영어가 섞여서 들릴 때야 그냥 자막에 의존해서 봤는데 일본어 더빙을 설정하고 보니 들리는 것하고 보이는 것의 차이가 보였다가 다시 또 스페인어만 들리면서 보이는 것에 의존하게 되다보니 왔다갔다 성가셔서 결국 이 설정은 포기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도 일본어 더빙이 지원되는 것이 매우 부러웠다. 넷플릭스에서 지역을 일본으로 설정하면(설정하는 데에 제한 같은 게 없다. 그냥 한국 고유 콘텐츠 외엔 설명이나 메뉴가 다 일본어로 나오는 거 본인이 감당하면 그걸로 끝이다.) 종종 일본어 더빙이 지원되는 영상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많은 외국 영화나 드라마들을 일본에선 적극적으로 더빙을 하고(극장에서도 상영된다.) 데이터를 남겨놓고 있어서 이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에 비해서 한국은 더빙이 적폐라도 되는 건지 애니메이션까지도 성우들이 설 자리가 확 줄어든 판국이다.(사실은 더빙을 해도 어째 설 자리가 없고 한국 애니메이션이어도 어째 또 설 자리가 없는 판국이지만...) 

자막판을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해도 더빙을 거치지 않으면 자연스러운 한국어가 되기 힘들다.(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어 사용이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느낌 탓인지...) 그리고 자막을 볼 수 없는 사람에겐 이런 매체를 볼 기회가 차단되게 된다.(굳이 눈이 아예 안 보이는 분들만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은 정말 취약하지만...) 물론 한국은 의무교육과 읽고 쓰기 쉬운 한글 덕분에 문맹이란 것이 정말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막판이 정말 모두를 위한 것인가... 전에 딴지이너뷰란 팟캐스트에서 윤소라 성우께서 이런 점을 지적하신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지워졌다.(음원은 가지고 있지만...)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일본의 문화적 보수 성향과 한국의 개방성향이 이런 곳에서 드러나는 걸까? 딱히 개방적으로 보이지도 않지만.

TV를 안 봐서 그런지 한국어 더빙을 들어본 게 정말 오래전 일이 된 것 같다...라고 하려고 했는데 전에 <하이큐!> 극장판 한국어판으로 봤구나; 아니 뭐 그런 기회 아니면 정말 딱히... -_-a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들을 기회가 없는 걸까? 내가 듣고 싶다고 해서 늘어날 이유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