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사

초거대 제1당 무관심당과 민주주의

감기군만쉐 2017. 6. 19. 00:18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지의 블로그 사이트인 인디100에 이번에 치뤄졌던 영국총선에서 만약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을 무관심당(Apathy Party)의 지지자로 보았을 때 의석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계산해본 글이 실렸다. 그 결과가 상당했는데 보수당(317석)은 285석, 노동당(262석)은 186석으로 제1당과 제2당을 유지했지만 제3당을 차지한 것이 153석을 얻은 무관심당이었다. 자민당은 열두 석으로 원래 의석과 같은 열두 석으로 제4당을 유지했고 원래 제3당인 SNP(35석)가 단 두 석밖에 얻지 못하면서 북아일랜드 정당을 제외해도 제5당에 불과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계산은 2015 총선 때도 인디펜던트에서 다뤘는데 이 때엔 무관심당이 무려 345석(과반 325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이 되어버리는 결과가 나왔다. 보수당(331석)은 208석으로 확 깎인 제2당이 되었지만 원래 제2당을 유지했던 노동당(232석)은 당시 선거에서 또다시 참패를 당했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진 것도 모자라 무관심당을 넣은 계산에서 단 42석만을 차지한 것으로 기록되면서 SNP(56석)의 50석보다도 떨어지며 제4당으로 내려앉았다.(기사에서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은 안습 자민당...) 

이렇게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코빈의 영향력과 보수당의 잇단 실책으로 인해 영국 시민들의 노동당에 대한 기대가 다시 올라갔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에서도 다시 노동당에 대한 기대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SNP는 스코틀랜드 지역정당으로서의 위치를 상당히 잃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이 있었어도 여전히 굳건한 보수당의 존재에 대해서도... 물론 이런 식의 해석은 오해를 낳을 수 있다. 투표율이 낮은 것도 영향을 주지만 후보 간의 경쟁이 치열한 나머지 승자가 압도적인 표를 얻지 못했을 경우 투표율이 그런데로 괜찮은 지역에서도 무관심당이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투표율이 높지 않은 것이 이 계산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에 이를 적용했을 경우 명확해진다. 지난 20대 총선에서의 투표율은 58.1%였다. 이럴 경우 41.9%가 불참했다는 이야기이므로 벌써부터 비례대표에서 40% 이상을 먹고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된다. -_-; 그리고 지역구를 살펴본 결과 더욱 심각했다. 서울시, 충청도, 세종시, 강원도, 제주도에선 누구도 무관심당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 지역들은 그렇게 한 후보가 압도적으로 받을 수 없는 지역에 해당되긴 하지만 결국 투표율이 낮으니 누구도 이기지 못했다 계산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다른 지역에선 대구 한 석(더불어민주당 김부겸), 광주 한 석(국민의당 김경진), 경상북도 세 석(새누리 최교일, 김종태(현재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당선무효), 강석호) 경상남도 한 석(새누리 강석진) 전라남도 한 석(국민의당 윤영일) 울산 한 석(무소속 윤종오) 경기도 두 석(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이언주(현재 국민의당)) 대전 한 석(더불어민주당 이상민)이 그나마 무관심당을 이긴 것으로 나온다. 뒤집어 말하면 지역구 253석 중 242석이 무관심당의 차지였다는 이야기다. 내가 한 계산으로는 무관심당에 무려 262석이 돌아가게 되어 초거대 제1당이 탄생하게 되었다. 나머지 정당 중에서 교섭단체를 이룬 곳은 한 곳도 없었고... -_-;;; 물론 교섭단체를 꼭 정당 내에서만 만들라는 법은 없으므로 다른 정당끼리 합치면 되긴 하겠다만 ㅋㅋㅋ(먼산)

영국 총선의 경우 2015년에 66.4%, 2017년에는 68.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나름대로 시민들이 열의를 가지고 참여했다고 하지만 결국 이렇게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민의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투표를 하는 것에서부터 열혈시민이 되어야 하는 괴상한 현실 하에 놓여있다. 내가 계속해서 주장해야 된다고 말했던 투표시간 연장도 마찬가지다. 반대하는 측은 투표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전혀 핀트가 맞지 않는 헛소리를 하고 있지만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 보궐선거의 경우 저녁 8시까지로 정해져 있는 시간은 아무리 사전투표를 한다 한들 모든 사람들에게 투표를 할/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그냥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이 투표가 얼마나 초기단계의 정치인 것인지를, 이것조차 못하면 그 다음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줄 기제가 필요하다. 단순히 경제가 좋아진다 나빠진다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얼마 전에 인터넷 정책제안 창구를 마련한 것처럼 시민들이 자신이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하는 기제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시로, 구로, 마을에 대한 기제로 이어질 때 투표율도 자연히 올라갈 수 있는 것이지만 이 또한 열혈 시민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자기에게 유리하므로 일부러 퍼뜨리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존재할 가능성도 꽤 있을 거고...

무관심당의 다른 이름은 결국 기득권의 영역이다. 사람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만큼 기득권은 발을 뻗고 누워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보는 사람의 관점마다 달라서 발을 뻗고 누워있는 상황에 신물이 나 더욱 정치에 신경을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줄여나가는 것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쌓아갈 수 있는 받침돌이 될 거라 생각한다. 무관심당을 초거대 제1당에서 몰아내지 못하는 한 받침돌은 만들어질 수 없고 만든다 한들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