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의 꿈/만화

레바툰과 저작권

감기군만쉐 2017. 5. 7. 14:47

전에 올렸던 <레바툰> 87화 이야기를 하면서 농협 사건을 씹었던 글에 갑자기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길래 뭔가 했더니만 구글재팬에서 '레바툰 87'을 검색하면 레진 코믹스 페이지 다음으로 내 글이 뜨게 되어 있었다. 전에 구글 블로그 할 때에도 <레바툰> 59화의 아이콘에 대한 멍청한 글을 하나 올려 놨더니만 어째 그 글도 사람들이 계속 드나들고... 물론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냥 사람들이 드나들 뿐이었다. 내가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할 글만 써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걸 검색한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검색하는 만화를 공짜로 보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왜 내 블로그에 이런 검색어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는가 확인해 보니 구글재팬에서 '레바툰 87'을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쓴 글처럼 일부인용이 아닌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무단전제된 페이지를 세 곳이나 찾을 수 있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레진코믹스 쪽에 이런 곳이 있다고 신고를 했다. 다른 사람들은 꼬박꼬박 코인 세 개를 매 화마다 바치면서 "재미없으면 철판 도게자를 시켜버릴 테다"라고 벼르고 있는 와중에(?) 이런 곳을 통해서 아무런 대가 없이 무료로 처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정품으로 샀다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돈 아깝게 왜 그러냐고 놀림이나 받았던 신세라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멍청한 건가 생각을 많이 한다. 지금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도 이런 사례는 수두룩하다. 일본에서 연재되는 만화들은 잡지에 올라오는 즉시 스캔번역본이 돌고 있고 그 작품들의 제목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사이트들이 그런 곳들이다. 정품을 사야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는 거란 경제적 논리보다는 당장 바로 옆에 쉽게 집을 수 있고 돈이 필요없는 자료를 받아낼 수 있다는 자기중심적 논리가 우선시될 수 밖에 없다.

옛날엔 한국에도 만화잡지가 꽤 많았었고 주간 격주간 월간 아동 청소년 성인까지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 북새통에 가보면 한국 만화 잡지는 그냥 손꼽을 정도만 보인다. 만화책방과의 전쟁이란 전초전을 치룬 뒤 스캔이란 핵폭탄을 수십 수백 발 얻어맞은 이후 상황은 이렇게 악화되어 버렸다. 사람들이 웹툰을 보니깐 거기로 넘어간 거라고 하기엔 모두 공짜이고 유료가 되는 순간 난리가 나는 모습을 빈번하게 목격했다. 유료 구입을 기본으로 두고 있는 레진 코믹스도 공짜로 풀릴 날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위에 쓴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무단전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레바툰> 91화 중에서 

그렇다곤 해도 레진코믹스는 계속해서 돈을 버는 것 같다.(내 코인은 저걸로 다 터졌겠군...(?))


나도 결국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하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괜히 열이 받치는 게... 어떤 것이 있으면 그것을 만든 사람 또한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도 힘겨운 걸까 싶다. 그 사람들은 무슨 석유왕이 아니라 난방을 위한 석유 사는 것도 힘겨운 사람들일 수 있다.(물론 내가 인용하고 있는 저 사람은 몸이 유전화되어있는 것 같지만...(?))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법을 만드느니 어쩌느니 하기 전에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인식부터 제대로 자리잡아야 되는 것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