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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성소수자 군인 색출 중단과 A대위 석방을 촉구하는 국방부 앞 촛불집회 2차

감기군만쉐 2017. 4. 29. 03:09


닭장차 너머로 본 국방부 건물. 지난주 시위 때는 여기를 안 막았다는데 이번엔 막혀있었다. 별다른 무기도 없고 힘 센 사람도 별로 안 보였는데 뭐가 그리 무서웠는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구속되어 있는 대위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갔다. 지난주에 가려다가 가려면 시간이 한참 걸리고 내가 가서 뭐하나 싶은 마음이 들어 결국 안 갔는데 최근 일로 인해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민 분들께서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도 안 하면서 무슨 유럽 같은 환경을 바라냐는 여태까지의 성소수자와 이에 동조하는 시민들이 벌인 운동들을 깡그리 무시해버리는 훌륭한 의견을 제시한 걸 보면서 이번만이라도 가야겠다 싶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던 듯 지난주 시위보다 꽤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고 한다. 확실히 평일 저녁에 국방부 앞이라는 사람들이 흔히 찾지 않는 곳에서 열린 걸 생각해 보면 아무리 시위를 하게 된 동기가 어이없는 사건이라 해도 그만한 수가 모이기란 좀처럼 불가능하다. 이만한 수를 모이게 만든 홍준표·문재인과 문재인 지지자들의 훌륭한 의견에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하나 물어보자면 얼마나 성소수자들의 노력을 봤는지 모르겠지만 설령 공감을 얻은 것이 부족하다 해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그 공감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그 과정을 일일이 폄하하지 않으면 속이 안 풀리는 거야? 아니면 문재인이 표적이 된 게 그렇게도 속이 뒤집어지디 그렇게도 사람들을 열받게 했던 노오력 타령을 하게?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행진하는 도중에 진행 측과(군인권센터의 임태훈 소장님인 것 같았는데 벌써 밤눈이 어두워진 건지 확신이 안 듬.) 경찰 측 사이에 갈등이 조금 일어났다는 거 외엔. 야마가타 트윅스터란 가수는 이름만 알지 실제로 어떤 음악을 하는지는 몰랐는데 꽤 재밌는 가수 같다. 무대에서 내려와서 시위 참가자들과 호흡을 맞추는 와중에 우연히도 홍준표 유세차량이 지나가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설마 짜고친 건 아니겠지 ㅋㅋㅋ; 

발언자 중에서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었을 때 휴가 나와서 성관계를 했다고 고백하며 군형법대로 한다면 이것도 처벌받아야 되는 거냐 주장하는 분이 있으셨는데 그 주장을 들으면서 내 경험이 생각났다. 네 달 선임이 누구나 그렇듯이(?)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휴가 때 아무 여자하고나 놀았다가 휴가 복귀한 다음날 초소에서 같이 근무를 서다가 갑자기 소초에 연락을 하길래 왜 그러나 했더니만 임질에 감염된 것이었다. 나는 그저 벙찌고 급히 대체인력이 투입되고... 결국 군병원으로 후송되었고 며칠 동안을 치료받으면서 지내야 했다. 이렇게 이성애자는 군대에 있을 때 휴가 나와서 모르는 여자하고 놀다가 일이 잘못되어도 문제가 없고 군병원에서 치료까지 해준다. 하지만 동성애자가 군대에 있을 때 휴가 나와서 모르는 남자하고 놀았다는 이유로 잡아버린 것이 이번 경우이다. 뭐가 잘못되거나 한 것도 없다. 단지 동성과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잡고 다른 동성애자가 없는지 색출하려고 별의별 치사한 수를 다 썼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이야기다. 이걸 가지고 문재인은 동성애 반대 발언을 사과한답시고 군대의 전투력이 약화된다며 동성애자들을 군대에서 에이즈를 퍼뜨리는 강간범 취급한 것이다. 이런 걸 사과라고 받아들이라니 참 대단한 포용력이다. 더 잘 아시는 분들이 많이 이야기했겠지만 군대의 전투력을 떨어뜨리는 사람들은 위계질서에 기대어 여성 장교나 부사관을 성폭행·성추행하고 후임들에게 폭력을 가한 이성애자들이었다. 미군의 경우 'Don't Ask, Don't Tell' 정책으로 동성애자들을 내쫓다시피했다가 결국 정책의 방향을 수정해야 했다고 한다. 유능한 군인들까지 같이 내쫓기는 상황이 벌어져 버렸으니깐. 도대체 무슨 근거로 동성애자들이 군대의 전투력에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건지... 친구사이에서 G-VOICE로 활동하시는 분은 군대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동시에 동성애도 알았다며 전우 사랑이 나라 사랑 아니냐는 주장까지 하셨다. 실제로 옛날에는 동성애를 부대의 결속을 다지는 도구로써 이용한 부대도 있었다고 한다. 정말 이 분이 주장하시는 것과 비슷한 성격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ㅋ;

지금 당장 세상이 바뀌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부딪쳐 본 사람들이 가장 잘 안다. 매년 열리는 퀴어 퍼레이드(올해는 7월에 한다 한다. 시청광장 잔디가 제대로 안 깔렸다나 어쨌다나...)마다 찬송가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것만 해도 충분히 힘들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번에 했던 시위 도중에도 욕하는 사람들이 종종 나타났을 정도니 너네가 말을 안 해줘도 잘 안다. 하지만 최소한 기본은 해야 되지 않나. 누가 당장 전문적인 성소수자 인권문제를 논하라고 했어?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최소한 동성애 합법화를 반대한다는 터무니 없는 소리 같은 걸 하지 말라는 거였잖아. 그런데 이런 걸 사과한다면서 군에 입대한 동성애자들을 에이즈 퍼뜨리는 강간범으로 몰아세웠잖아. 방패를 들이대도 이딴 곳에 들이대? 그러고선 심상정 후보에겐 인권문제 전문 정치가 수준을 요구하는 거야? 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이렇게 없다고 광고까지 할 수 있는 건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 건지 나로선 잘 모르겠다. 나 혼자서 이상한 걸 인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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