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의 꿈/우에사카 스미레

성우 우에사카 스미레 씨가 권위있는 러시아 문학 학자와 진지한 대담을! 토우요우분코 "내 마음의 러시아♡" 이야기 모임 보고서

감기군만쉐 2017. 2. 23. 11:34

2017년 1월 29일 토요일에 토쿄 토우요우분코에서 성우 겸 가수로서 활약하고 있는 우에사카 스미레 씨가 <내 마음의 러시아♡>라는 제목 하에 이야기 모임을 가졌습니다. 우에사카 씨 하면 출신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자타가 공인하는 구 소비에트 연합(소련)과 러시아를 사랑하는 사람이죠. 이번 행사에서도 그 "러시아 사랑"을 들려주십사 하는 차원에서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토우요우분코는 2017년 1월 7일 토요일부터 4월 9일 일요일까지 전람회 <로마노프 왕조전 -일본인이 본 러시아 러시아인이 본 일본->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우에사카 씨는 전람회의 공식홍보원을 맡고 있으며 전시실 안에 들어가면 우에사카 씨의 음성안내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그 활동의 일환으로서 나고야 외국어대학교 학장이자 러시아 문학과 문화에 대해 수많은 책을 쓰신 카메야마 이쿠오 선생님과의 이야기 모임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사랑을 이야기하는 데에 이 이상은 힘들다 싶을 정도의 행사장과 구성원으로 진행된 행사는 2부제로 나눠서 열렸습니다. 이번엔 그 중 제1부를 보도하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구 소련과 현재의 러시아에도 영향을 준 로마노프 왕조를 주제로 삼은 데다가 두 분이 워낙 러시아를 좋아하셔서 이야기 내내 인물명이나 역사용어가 빈발했어요. 하지만 그런 행사의 분위기를 맛보셨으면 하는 바람에 보충설명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은 소련 국가를 들으면 "마음이 고양된다."


행사장으로 쓰인 토우요우분코는 아시아 전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동양학 전문 도서관과 연구소를 겸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시설입니다.


소련 국가가 울려퍼지면서 우에사카 씨와 카메야마 선생님이 등장하자마자 사회자가 곧바로 "러시아의 매력은 뭔가요?"라고 물어보자 우에사카 씨는 "로마노프 왕조전이긴 하지만 바로 러시아 이야기로 들어가도 괜찮은 걸까요? ..."라며 우려하면서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소련 국가였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는 소련 국가를 계기로 빠져들게 되었어요. 전주부터 기세가 등등한데다가 노랫소리에서 자신이 부르는 노래에 의문을 품지 않는 강인함이 느껴지고요. 레닌은 위대하다! 라고 말하는 한 점 흐림이 없는 노랫소리 같은 거요. 카메야마 선생님도 저술하신 글 중에 소련 국가를 들으면 마음이 고양되니깐 출근 중에 무한재생으로 들으시면서 팔을 휘두르며 걸으신다고 쓰여진 게 있어서 나랑 같은 경험을 하신 분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격했어요."


이에 카메야마 선생님도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점점 세뇌당하는 것 같아요.(웃음)"라고 답하셔서 우에사카 씨와의 "동지감"이 관객에게도 전달되었습니다.



 

우에사카 씨가 좋아하는 워커 상표는?


러시아 하면 "워커"가 사랑을 받는 땅. 카메야마 선생님이 "우에사카 씨도 워커 좋아하세요?"라고 말을 꺼내자 우에사카 씨는 좋아하는 상표명을 들면서 대답했습니다.


"행사에서도 곧잘 워커를 선물받아서 자동적으로 반주를 워커로 하게 되었어요. 실온보다는 얼려서 마시는 게 맛있어요. 향기가 느껴지는 <반 고흐>라든가 스무 살 생일 때 마셨던 덕분에 가장 인상이 깊은 <스톨리치나야>도 좋아해요."


그리고 나서 관객석을 향해 "여러분 중에 워커 마셔본 분 있나요?"라고 묻자 역시 우에사카 씨의 팬들이 많아서일까요? 과반수의 분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러시아 정보를 잘 아는 카메야마 선생님은 "옛날엔 집에서 직접 워커를 만들기도 했어요. 고르바초프 시대에 금주령이 떨어졌을 때엔 구두약통이나 모발 영양제통을 이용해서 워커를 만들었다 하네요."라고 설명하자 우에사카 씨도 관객도 놀라워했습니다.




소련 이야기는 멈추지 않는다! "가장 좋아하는 서기장"은 누구?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이름이 나오면서 소련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카메야마 선생님이 "우에사카 씨는 어떤 서기장을 좋아하나요?"라며 마치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을 물어보는 것처럼 질문을 던졌음에도 우에사카 씨는 기꺼이 답했습니다.


우에사카 스미레 씨: 저는 순위가 곧잘 바뀌어서 계속 다른 사람을 꼽게 되는데 최근 읽고 있는 책에서 발견한 정보 덕분에 브레즈네프 씨의 주가가 급속히 올라가고 있어요.


카메야마 선생님: 브레즈네프는 악독제왕인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사실 그 당시만큼 소비에트 사람들의 감정이 풍부하게 표현된 적도 드물었고 행복한 시대였다고 일컬어지죠.


우에사카 스미레 씨: 대학교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하던 시절에 그런 자료를 읽었어요. 그리고 카메야마 선생님의 책을 읽었을 때에 브레즈네프가지방을 방문해서 "살림살이가 어떤가?"라고 물어봤다는 이야기가 좋았어요. "고기가 부족합니다, 동지."라고 답하자 "그런가! 고기를 못 먹으면 곤란하지."라고 말한 뒤 그 직후 시기에만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나요?(웃음)


지식인이고 독서량도 엄청났다던 스탈린과 비교했을 때에 브레즈네프와 흐루쇼프는 그다지 "똑똑하지 못한 계열"의 서기장이라고 생각해요. 흐루쇼프는 정말로 공산주의나 스탈린을 믿는 직선적인 외골수... 그러니깐 "사랑에 푹 빠지는 유형"이었죠? 브레즈네프는 좀더 유연해 보였어요.


카메야마 선생님: 확실히 스탈린이 엄한 아버지였다면 브레즈네프는 상냥한 아버지 같은 분위기가 있죠.




러시아를 사랑하는 사람은 마조히스트 같아?


러시아 문학과 역사로도 화제가 옮겨가는 와중 "러시아를 사랑하는 사람 중엔 마조히스트가 많다"라고 카메야마 선생님이 발언하자 관객 쪽에서 커다란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우에사카 씨도 "그런 건가요?!"라며 망설임 없이 응했는데, 카메야마 선생님은 러시아 문학의 걸작 <카라마조프의 형제>를 쓴 도스토옙스키의 말을 인용하며 답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절대적인 군주의 지배 하에 있어야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어요. 절대적은 군주는 민중과 시민을 지배하려고 괴롭히죠. 그 괴롭힘을 당하는 와중에 사람들은 무언가 자신의 자유를 찾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황제가 압제를 펼쳐도 사람들은 한없이 자유롭고 그 자유를 받쳐주는 처방전이 워커였던 거죠."


이 논리에 우에사카 씨도 "확실히 이 말은 어느 시대의 러시아인에게도 들어맞네요... 그래서 금주령이 떨어지면 난폭해지는 거군요."라며 수긍했습니다.


카메야마 선생님은 "고르바초프는 그걸 잘못 본 거에요. 음주를 제한한 정책만 없었어도 러시아는 정말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었어요."라며 눈을 내리깔자 우에사카 씨도 "글라스노스트나 페레스트로이카보다도 이게 더 위험했던 것 같네요..."라며 소련 해체에 크나큰 역할을 담당한 것은 워커였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것을 발견하며 회상에 잠기는 듯 보였습니다. 


서기장만 말하면 안 되지! "가장 좋아하는 로마노프 왕조의 황제"는 누구?


이야기 모임은 관객의 질문을 받으면서 드디어 전시와 관련된 로마노프 왕조와 관련된 화제로~


관객이 "우에사카 씨는 이번 로마노프 왕조전 중에서 어떤 게 가장 좋았어요?"라고 물어보자 "로마노프 왕조 역대 황제가 그림과 함께 간단한 설명으로 알기 쉽게 소개되어 있었던 거요. 그걸 계기로 러시아 황제에 대해 흥미를 가져주시는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또한 토우요우분코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간 동영상에서도 소개된 이번 전시의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1855년에 그려진 <푸탸틴 내항도>도 우에사카 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푸탸틴 내항도는 일본인과 러시아인이 그려져 있는 모습이 귀여워서 일본으로 치면 뭐랄까... <망가타임 키라라(まんがタイムきらら)> 계열이랄까요?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문화가 그 시점에서 완성되어 있었던 건가 싶은 기분이 드는 그림인데다가 러시아인들의 이름을 직접 물어봐서 옆에 적어놓기도 했고요. 함께 배를 만들며 즐거워하는 멋진 교류의 모습이 전해져서 멋지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뻤어요.


더욱이 역대 서기장뿐만이 아니라 "로마노프 왕조의 역대 황제들 중 누굴 좋아해요?"라는 질문에도 우에사카 씨는 부담없이 답변했습니다.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저는 알렉산드르 1세, 2세, 3세 모두 좋아해요. 종합우승은 농노해방 같은 걸 했는데도 반대파가 너무 많아서 암살미수 건도 잔뜩 있었을 정도로 환경이 그다지 받쳐주지 못한 점이 확 와닿는 알렉산드르 2세인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최근에 역사상에선 활약하지 못한 분이지만 알렉산드르 3세가 상당히 귀엽다고 서술한 글을 읽었어요. 풍채가 크고 잘 웃는 힘이 넘치는 성격인데, 불쏘시개를 맨손으로 구부리고선 "구부렸다~!"라며 자랑하기도 하고 동전을 구부리고선 "구부렸다~!"라며 자랑하기도 하는 사람이에요. 왠지 곰 아저씨 같이 귀여워서 알렉산드르 3세는 품에 달려들고 싶은 사람 1위에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답변에 카메야마 선생님은 로마노프 왕조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꺼내며 이야기를 넓혀갔습니다.


카메야마 선생님: 알렉산드르 2세도 결국 살해당했는데 역사적으로 1867년 이래로 어디를 가든 살해당할 가능성이 존재했어요. 개혁을 했기 때문에 원한을 산 것이죠. 제가 "자유란 무서운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건 농노가 자유를 얻으면 더욱더 요구를 하게 된다는 것 때문이죠. 그렇기에 어중간한 자유만을 허락한 황제에 강한 증오심을 품게 된 거에요.


우에사카 스미레 씨: 드라마틱하기도 하면서 러시아 특유의 민심이라고 할까요... 토지가 품고 있는 힘이랄까요? 다른 나라에선 자유를 얻었을 경우 오히려 반발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하니깐요...


카메야마 선생님: 그렇네요. 어중간한 자유만을 허락한 황제에 대해 지식인들은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 황제에게 반발하고 증오를 품게 되죠. 대부분의 민중들은 현상유지에 만족했지만 지식인들의 자존심은 어중간한 개혁을 허용하지 못했죠. 무엇보다 민중의 대표인 황제를 민중들이 가장 좋아했으니깐 지식인들의 말을 듣지 않았어요. 그러니 지식인들이 설 곳은 더욱더 없어지고 민중을 거느리는 황제는 사랑을 받았죠.


우에사카 스미레 씨: 민중과 황제의 관계성이 무척 좋았군요. 그 중간이 없을 정도로.


이번 이야기 모임은 로마노프 왕조의 숨겨져 있던 드라마를 풀어내며 소련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이어졌습니다. 관객 중엔 열심히 메모를 하는 분이나 관심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보였고 웃음이 자주 터져나왔습니다. 순식간에 예정되어 있던 한 시간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메야마 선생님의 책에 선생님과 우에사카 씨의 서명을 넣어서 제비뽑기를 통해 선물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 모임이 진행되었고 지적인 열기와 진행자의 러시아 사랑으로 가득찬 행사장에 커다란 박수가 울려퍼졌습니다.




http://www.animatetimes.com/news/details.php?id=1487416764


이것보다 훨씬 더 긴 글도 며칠에 걸쳐서 번역하고 했지만 당시에도 반응이 전혀 없었고 지금은 다 날려버렸다. 모든 게 헛수고였다. 하지만 관성이 붙어서인지 또 하고 말았다. 그리고 역시 반응이 없겠지. 일본어 전공도 아닌 내 번역 실력이 형편없어서 그런 건지, 그냥 아무도 관심이 없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