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극히 개인적인 생각

촛불은 누구를 위해 켜졌는가

감기군만쉐 2017. 4. 14. 00:55

내가 한번뿐이지만 광화문광장에 갔고 소액이나마 촛불시위를 조직한 단체에 모금한 것은 아무리 바보같아 보여도 이 시위가 없었다면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을 통과시키고 특검이 힘을 얻을 수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당수의 사람들은 문재인의 대선 지지율이 위태로운 듯 보이기 시작하자 "내가 무엇을 위해 촛불을 들었는데!"를 외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안철수와 국민의당에게 우리가 노력한 성과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더 까놓고 말하면 어대문?

난 문재인을 위해서 광화문광장에 가거나 인터넷 중계를 봤던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있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일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 상대가 박근혜니 당연히 이런 수순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과 이를 지지한 사람들이 문재인을 대통령 자리에 앉히려고 모인 것은 아니었다. 각자가 생각하는 방향이 다 다르고 그게 이번 건으로 인해서 다소 수정된다 한들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던 사람이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내가 무엇을 위해 촛불을 들었는데!"에 "그래, 문재인을 찍어야지."라고 생각할까 "촛불하고 대선에서 누구를 찍냐가 무슨 상관?"이라고 생각할까? 나 혼자 후자를 생각하고 있는 걸까?

탄핵이 이루어지기까지 촛불시위에 대해서 평가할 때 곧잘 나온 말이 "영웅이 없이 모두가 하나가 된 운동"이었다. 확실히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안진걸 씨 같은 주최자 분들도 되도록이면 지휘자 입장에 서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위해 촛불을 들었는데!"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며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미 가슴 속의 영웅으로서 문재인 혹은 노무현을 이미 올려놓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생각이 맞다면 결국 이번 촛불시위도 결국 주체적인 시민들의 정치참여보다는 광야에 올 초인을 기다리고 있던 기존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로 연결되게 된다.

"심찍안"이라는 단어가 나돈다고 한다. 심상정을 찍으면 안철수가 된다는 뜻이다. 이번 대선에선 이런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민주당의 정의당 내리깔기가 시전되고 있다. 그냥 지겹다. 언제까지 인물 중심의 정치가 계속되어야 하는 건지... 촛불시위 개근했다며 자랑했던 심상정 후보가 불쌍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