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극히 개인적인 생각

야한 동영상

감기군만쉐 2017. 3. 21. 19:32

옛날에 괜찮아 보이는 야한 동영상을 찾아 다니느라 인터넷을 이 잡듯이 뒤지다시피 했을 때에(결국 다른 매체에 비해 비중이 적은 건 변함 없었지만) 받아서 DVD에 넣어놓은 영상들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영상 중 하나가 '뒷치기 100인 모음'이란 영상이었다. 제목 그대로 뒷치기 자세로 성관계를 하는 영상만 주욱 모아서 편집한 영상이었는데 내 성욕을 그렇게 자극한 영상이 없었다...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문득 생각이 나서 한번 찾아봤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참 당황스러웠다. 성폭행 상황을 상정하고 있는 영상이 90% 이상이었다. 나오는 여배우들 대부분이 울면서 당하고 있었고 남배우들은 이 이상 공격적일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야수 같은 동작과 언행을 일삼았다. 몇 달 전에 여자 네 명이 남자 열댓 명에게 강간당하다시피 당하는 영상을 보고 충격을 먹은 뒤 더 이상 야한 동영상을 보지 않게 되었다 말했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동영상부터가 이 모냥이었다. 울면서 당하고 있는 여배우들을 보고 있으려니 괜히 나도 울고 싶어졌다.(물론 어디까지나 연기겠지만... 연기이길 바란다.)

나의 성욕이 사라진 걸까? 30이 넘도록 성관계 한번 가져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야한 그림 보고 자위를 하는 내 자신의 행위가 실제 성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욕구와 뒤바뀐 나머지 다른 남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을 동영상에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된 걸까? 애시당초 성관계를 가지려 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군대 있었을 적에 지겹게 들었던 이야기를 실제로 어떤 건가 확인해 볼 수 없을 정도의 생활을 보내지는 않았으니깐. 하지만 결국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성매매 단속과 관련한 기사를 보면 흔히들 필요악인 것처럼 댓글이 달리지만 난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바른 길을 가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성욕이 없는 건지...

하지만 막연하게 성관계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부지기수 수준이다. 나도 결국엔 위에 쓴 것처럼 19금 자료를 보고 자위를 하니깐. 하지만 그 전에 거쳐야 될 관계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또는 못했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그냥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거쳐야 될 길로 가지 못하는 것일까? 하지만 역시 사창가에 가거나 위에 써놓은 야한 동영상들을 보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된다. 원시시대라면 이런 생각을 해봤자 별 통용도 안 되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겠지. 조정래 선생님의 작품 <아리랑> <한강> 같은 곳에 나오는 것처럼 1900년대에도 여성은 남성보다 하위에 있었고 성폭행이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생각되는 것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2000년대를 맞이한 지도 십칠 년이 지났다.(트뤼도 사진 올려볼까 했다가 올려봤자 네가 쟤처럼 잘 생기기라도 했냐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아 관둠) 왜 여성을 하위에 두는 문화에 아무런 회의감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다수인 건지, 여기에 회의감을 보이는 사람들을 노답취급하는 건지 나로선 잘 모르겠다. 메갈리아 같은 곳에서 나오는 욕만 바라볼 게 아니라 실제로 지금 양성 간의 관계가 어떤지, 자기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 건지 봐야 되는 거 아닐까...

하긴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깨끗하다고 할 수 없다. 지금 당장 받고 있는 19금 자료도 여자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폭력적일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결국 인간은 모두 깨끗한 척하는 더러운 동물들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노력을 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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