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의 꿈/애니

이해할 수 없는 동기(<액셀월드> 21권 미리니름)

감기군만쉐 2017. 5. 3. 12:55



"그럼, 사람들을 영토전 스테이지에서 무제한 필드로 이동시킨 것도 마도 스테이지를 지옥 스테이지로 바꾼 것도 아이보리 타워의 지시였던 거에요...?"

아연실색하여 물어본 하루유키는 메구미가 답하기도 전에 다른 질문을 더했다.

"아니, 애시당초 그 전에... 어째서 와카미야 선배는 백왕의 명령을 따르는 거에요? 기억이 돌아온 대신에 흑설공주 선배는 잊어버리기라도 한 거에요?"

"내가 흑설공주를 잊어먹을 리가 없잖아."

약간 비통해 보이는 울림을 띤 목소리를 들은 하루유키는 참지 못하고 외쳤다.

"그럼! 그럼... 어째서 흑설공주 선배를 배신한 건가요! 백왕이 선배보다 소중해서인가요... 아니면 단죄당하는 게 무서워요!?"

"아냐... 난 이미 전손을 당했던 버스트 링커인 걸. 새삼스럽게 과거에 속했던 레기온의 마스터에게도, 브레인 버스트에도 집착할 이유가 없어."

"그럼, 어째서...!"

"그건... 그건"

마치 심장을 칼로 찔리기라도 한 듯 메구미는 가슴 부분을 양손으로 꼭 쥐고서 괴로워 하며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그건, 백왕의 연구가 완성되면 나의 소중한 사람도 부활시켜줄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해서야."

"소중한... 사람?"

"흑설공주도 물론, 무척 좋아하고 소중한 친구야. 하지만... 그 사람도 똑같이 소중해. 게다가... 그 사람은 나의 "부모"인 걸. 이 둘을 비교할 수는 없어..."




샤프란 블로섬은 병약했기 때문에 오래 살 수 없었고 아마 이 시점에선 죽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프로그램에 저장된 기억만이 살아나서 뭘 어쩌자는 건가 싶고 화이트 코스모스가 살려줄 리도 없지 않나 싶은 건 제쳐두고...

여기에서 메구미가 오르키드 오라클의 기억을 되살려서 스테이지를 마구마구 바꾼 결과 블랙 로터스를 비롯한 신생 네가 네뷸러스 공격팀은 무한 EK 상황에 처해 있었고 이걸 누가 중단시킬 수도 없었으니 여차하면 모두가 전손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블랙 로터스가 기지를 발휘해서 빠져나간다 한들 여기에서 상당수의 구성원들은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 거고 그럼 흑설공주는 브레인 버스트와 함께 기억을 잃어버린 동료들과 마주해야 했을 것이고 이로 인한 상심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친구 하나 되살려 보겠다고 이런 일에 가담한 메구미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아니, 아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친구를 되살리겠다고 다른 친구를 절벽에서 떠미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걸 그 되살리려는 친구가 부모였다는 사실로 정당화할 수 있는 건가? 이 말에 어째 하루유키도 동화되어 버려선 변호를 할 수 없을까 생각하지를 않나...(결국 실제로 옮기지는 못했지만)

이런 걸 카와하라 레키 씨가 정말 순조로운 진행이라고 생각하고 넣어놓은 건지, 일본 독자들은 그대로 받아들인 건지 의아할 뿐이다. 전체적으로는 재밌게 봤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내용이 나오니 당황스러운 기분을 안은 채 책을 덮어야 되는 상황...



전에 구글 블로그에서 이런 식으로 썼었는데 정확하게 썼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날아가 버려서 어떻게 되살릴 수는 없고 이걸 굳이 다시 번역해내는 것도 웃기는 짓 같고... 그래서 구글 블로그가 날아갔을 당시 중반 정도 진행하고 있었던 <액셀월드> 재탕을 21권까지 끝마칠 경우 이 글을 다시 써보자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일단 메구미는 흑설공주가 이 상황에 말려들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이 글을 구글 블로그에 썼을 때에도 21권을 다 읽은 다음이었는데 왜 흑설공주까지 말려드는 걸 메구미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쓴 건지... 아니 뭐 흑설공주가 말려들지 않았다 해도 자기 부모 하나 되살리겠다고 다른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몰아넣는데 가담하는 게 맞는가 하는 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러고선 흑설공주하고 더이상 친구로 지낼 수 없다고 징징대고 있고... 그냥 자업자득이잖아? -_-; TV 애니메이션 막판에 흑설공주하고 하루유키가 재회해서 서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눈을 번뜩이고 있던 장면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자기와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람에겐 상당히 냉혹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