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망이 없는 세상

감기군만쉐 2017. 5. 28. 01:53

오는 길에 오토바이에서 담배꽁초가 떨어지는 걸 봤다. 그것만 해도 상당히 신경에 거슬리지만 불까지 그대로 붙어있는 상태였다. 그걸 누가 맞으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어쩔 수 없이 담뱃불을 끄려고 신발바닥으로 비볐는데 어째 담배가 신발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길 가운데다 보니 우물쭈물하면 차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허둥지둥 길가로 물러나면서 다른쪽 발을 이용해서 담배를 떼어냈다. 이상하다 싶어서 신발 밑창 부분을 살펴보니 원래의 모양과 달리 울퉁불퉁한 모양이 드러났다. 담뱃불이 아무리 세봤자 신발 밑창을 녹일 수는 없을 텐데 싶어서 손가락으로 긁어보니 그 부분이 떨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껌을 밟았던 것이었다. 껌을 밟은 것도 모자라서 그 발로 담배를 껐다니 이건 무슨 상관성을 가지는 법칙인 건지... 가는 동안 몇 번이고 그 부분을 긁어냈지만 껌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아서 신경을 쓰면서 가야만 했다.

오늘 PC방에 앉아있었을 때에 맞은 편에 앉아있던 사람이 다리가 길어서 주체를 못하는 건지 내 쪽으로 발을 뻗어왔다. 내가 발을 뻗고 있어서 부딪힌 거라면 모를까 나는 원래보다 약간 물러서서 앉아있었고 다리도 의자와의 각도가 딱히 벌어지지 않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테이블도 작지 않고. 그런데도 거기에 부딪힐 정도면 대놓고 뻗고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한번 그런 거면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몇 번이고 부딪히니 나로선 맞받아쳐서 오므리게 만드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다음엔 알바가 내 뒷자리를 청소한답시고 의자를 홱 당겨버렸다. 뒷자리와 한 삼사 미터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홱 당기면 당연히 나에게 부딪힐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알바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정리를 하고 지나갈 뿐이었다. 왜 PC방에서 게임이 아니라 실제로 앞뒤 공격을 받아야 되는 건지, 반성이나 사과는 없는 건지 생각했지만 그런 걸 요구했다가 거친 바람만 받은 뒤 모르는 사람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기로 한 건 나 아닌가 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나도 그들을 배려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애시당초 그들도 나에게 배려를 바라지 않았을 거고.

바르게 산다는 것의 의미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나 혼자 바르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해봤자 누군가 한 명만 거기에 반하는 행동을 해도 내가 원하는 질서는 순식간에 흐트러진다. 길거리에 나오면 그런 사람 수십 명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럼 내가 바른 행동을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다들 남을 배려하지 않는데 내가 남을 배려해 봤자 뭐가 달라지겠는가. 오히려 배려하려 하다가 생판 모르는 남의 태도에 상처만 깊게 입는다. 배려하면 할수록 내 주변에 생기는 빈틈을 노려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해버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배려를 하지 않는 편이 그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입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밖에 없다. 난 멍청하니깐 이 생각을 여태까지 전혀 하지 못했던가 보다.

그냥 죽는 게 나을 것 같다. 고쳐지지 않을 등신 같은 세상에 자신을 맞춰서 살아가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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