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극히 개인적인 생각

죄수와 투표권

감기군만쉐 2017. 5. 5. 13:48

얼마전에 구치소에 있는 최순실과 박근혜의 엇갈린 선택이 기사로 떴었다. 이번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최순실은 투표를 하겠다고 했고 박근혜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_-; 문득 한국에서 죄수들이 참정권을 가지고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피선거권 박탈 같은 것만 당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정답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만이 투표를 할 수 있다"였다. 박근혜나 최순실처럼 판결을 기다리며 구치소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투표를 할 수 있지만 형을 확정받고 교도소에 가있는 사람들은 투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원래 같으면 헷갈리지 않았을 문제지만 <다음 침공은 어디?>를 보고 난 이후 헷갈리는 것 같다.









최엄정 교도소란 단어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가장 무거운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가있는 노르웨이 감옥의 풍경이다. 한국에서 대선후보들이 흉악범들이 즐비한 교도소를 찾아가서 죄수들의 표를 모으기 위한 토론을 한다고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바로 후보들의 신변을 걱정할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선 어떤 범죄자가 나왔을 경우 그 범죄자를 어떻게 교화시킬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의 유해성에만 초점을 맞춘다. 자극적인 범죄일 경우엔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니 그 사람이 유기징역형을 받아 풀려날 때가 되면 그 사람이 범죄를 다시 저지를 거란 생각만이 집중된다. 같은 사람으로, 같이 살아야 될 존재로 보지 않는다. 그러니 죄수들의 시민권에 대해서도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죄수들이야 당연하다시피 생각할 수 없으니 주장도 할 수 없고... 

죄수들이 감옥에 있는 동안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인민이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고 감옥에서 나온 후 시민이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죄수들까지 투표를 행사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걸까? 왜 여태까지 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지 않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 생겼다. 


대놓고 민주주의 질서의 재수립을 방해한 분조차 당당히 투표를 하고 있으신데...


이건 대중의 감정적인 문제로 놓고 볼 것이 아니라 가장 최악의 환경에 놓인 자도 보장받아야 할 인권의 문제로 봐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죄수들에게도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 더 나은 환경을 갖추길 원하고 다시 사회로 복귀한 후에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랄 수 있는 행복추구권이 있다.(상당수의 죄수들이 생계형 범죄로 인해 교도소에 들어간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런 권리를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교도소에 있는 동안 박탈당해야 될까? 대중이 죄수들을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감정적인 문제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이런 권리를 보장해 줘야 되는 것 아닐까?

내가 너무 교과서적인 생각만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영 납득이 되질 않는다. 격리만이 옳은 것은 아닐 텐데 모두들 격리 외의 선택지는 쳐다보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했다는 의미에서 최순실의 투표는 나도 영 마뜩잖다. 물론 아직 형 확정 전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