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시구와 타자

감기군만쉐 2017. 3. 25. 19:13

치하라 미노리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 <radio minorhythm>을 듣고 있는데 야구 시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왜 시구를 할 때에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1908년에 와세다대 야구팀과 미국리그 선발팀이 시합을 가졌을 때 시구를 와세다대의 학장이었던 오오쿠마 시게노부가 똥볼을 날렸는데 타석에 있었던 타자가 '학장님이 던지신 공을 똥볼로 망칠 수는 없다!'라는 일념 하에 방망이를 휘두른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처음엔 주장으로 들었다가 사진 보고 동명이인인 줄... -_-;(애시당초 주장은 선수인데 뭔 시구를 해)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메이저리그에선 어떻게 시구를 했던가 싶어서 찾아보니 여기에선 타자가 없이 그냥 던지는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 나뉘어서 던진다.


도중에 한 명 간첩(?)이 있긴 하지만 넘어간다.


생각해 보면 확실히 타자가 있어봤자 별 도움도 안 된다. 시구를 하는 사람은 보통 야구 경험이 없거나 아마추어, 선수였어도 경기장을 떠난 지 오래된 사람이 올라오게 되는데 타자가 방망이를 아무리 헛휘두른다 해도 공이 방망이에 맞았다가 사고나면 누가 책임을 져야 되는 건지도 불분명하지 않나. 그냥 타자가 없는 게 낫다.



헛휘두르...


1908년 시구 당시 타석에 타자가 있었던 건 미국도 그렇게 했으므로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없는 걸로 보아 이런 이유로 빼지 않았을까 싶다. 그에 비해서 일본은 계속해서 타석에 타자를 세웠고 계속해서 타자들이 휘두르고 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그리고 한국은 당연하다시피 일본을 따라하면서 시구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 있으며 방망이를 휘두른다. 이걸 따라하게 된 것이 무슨 일제의 악습을 무턱대고 따라한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오오쿠마 시게노부는 일본의 총리까지 올라갔지만 정한론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사람이고 일제시대에 다시 올라갔을 때에도 이렇다 할 만한 조선 억압책은 없었던 것 같다.(그럴 만한 능력이 없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시구는 정치가나 기업가 같은 사람이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위계관계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나오니 그런 사람들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거라면 안전의 문제만 빼고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역시 시초가 시초이다보니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실제로 키도 컸다고 한다.) 어떤 짓을 하든 간에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한국과 일본의 위계사회를 반영하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씨름판에서 소금 뿌렸던 것처럼 일본을 증오하다시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일본 문화는 그대로 남기고 있는 모습도 참 모순적이다 싶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프로야구를 전두환이 만들었고 전두환은 일본 정치가들에게 굽신거렸으니 모순이랄 것도 없나...




처음에 썼던 이야기 들으면서 이 영화가 떠올랐는데 막상 쓰고 싶은 장면은 생각이 안 나고 상대방도 와세다대가 아닌 다른 팀이었고... 그리고 딱히 이 글의 결론도 생각이 나질 않으니 이거라도 올려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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